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선흘아이

요앞 건축사사무소

이치훈(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공동대표)
사진
류인근
자료제공
요앞 건축사사무소
진행
최은화 기자
background

엘리먼트 게임, 대중을 향한 건축의 언술

 

렘 콜하스가 총감독을 맡은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에 대해 피터 아이젠만은 날 선 비평을 제기한 바 있다. 비판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엘리먼츠 오브 아키텍처>는 문법 없는 언어 같은 것이었다. 모든 언어는 문법 그 자체이다. 영어를 이탈리어로 번역하는 일은 영어 단어를 이탈리아어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영어의 문법을 이탈리아어의 문법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건축이 언어라면 요소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비엔날레를 통해 렘 콜하스는 의도적으로 문법을 배제한 건축을 전시했다.” 

객관적 해석으로 보이지만, 피터 아이젠만은 한발 더 나아가 그 함의를 설명한다. 여기에는 비엔날레의 기획에 대한 우회적 평가가 담겨있다. 그에 따르면 “렘 콜하스는 건축이라는 업역 전체를 통해 자신이 가졌던 헤게모니가 끝났음을 선포하는 데 비엔날레를 이용했다. 비엔날레를 하나의 종말로서 표현한 것이다. 자신의 경력, 자신이 가진 헤게모니, 자신을 둘러싼 신화, 건축을 포함한 모든 것의 종말.” 렘 콜하스는 본래 건축의 문법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비엔날레를 통해서 노골적으로 건축에 대한 태도를 드러냄으로써 건축가로서의 지위를 스스로 내려놓았다는 것이다. 다소 감정적이기까지 한 시선을 걷어내면, 건축에 관한 동시대적 관점을 지속적으로 갱신해온 렘 콜하스의 언술과 피터 아이젠만의 오래된 인식 사이에 커다란 간극을 발견할 수 있다. 

건축에 있어서 문법은 역사의 계승 혹은 반발을 통해 구축되고, 개별 건축가의 작업은 그 역사성에 대한 독자적 태도를 기반으로 한다. 소위 문법을 가진 건축은 역사 속에서 스스로를 자리매김할 수 있는 건축가 개인의 역량을 필요조건으로 한다는 점에서 엘리트주의에 기반한다. 이에 반해 렘 콜하스의 언술은 건축의 역사성에 무관심한 대중을 향한 문법이라 할 수 있다. 현대건축이 대중을 의식하는 것은 본능적인 생존 전략이자 엘리트주의를 넘어선 메타적인 관점이라는 점에서, 건축에서 역사적 맥락을 배제하고 개별 요소들로 해체한 후 나열의 방식으로 구성한 전시는 건축이 처한 상황의 근본적 토대를 설명한다. 

요앞 건축사사무소의 선흘아이는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 건축의 근본적인 토대 위에서 그들이 프로젝트를 대하는 태도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제주도 농지 특유의 여러 단계의 레벨을 가진 지형과 기존의 건물이 구체적 맥락을 구성하고 있으나, 그 맥락을 풀어내는 것 이상의 의지를 보여준다. 선흘아이를 건축 요소로 해체해보면 개별 요소들에 대한 구체적 의도들이 분명하게 읽힌다. 숨겨서 복합적인 의미와 경험을 도출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중을 향해 친절하게 건축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요소들의 조합이 식상하지 않다. 담론은 부재하나 건축은 넘쳐나는 문화적 토대 위에서 선흘아이는 날카롭게 서 있다. 

 

지붕 

건축물에 다가갈수록 눈길을 끄는 것은 지붕이다. 옷깃을 잡아 끌어올린 듯 배면에 끌어올려진 지붕은 먼 거리에서 보았을 때를 의식한 게 분명하다. 하지만 지붕의 마감은 특별한 재료 없이 콘크리트 골조를 그대로 활용하여 건물의 둘레로부터 가장 높은 지점까지 부드러운 면을 구성한다. 우수처리와 방수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건물의 볼륨은 특정 방향을 의식한 의도가 있으나 그 볼륨을 구성하는 지붕 면은 그 자체로 돋보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특징적인 것은 건물의 둘레를 따라 지붕으로부터 돌출된 파라펫이다. 

 

파라펫 

파라펫은 건물 위로 떨어지는 물이 외벽으로 흘러내리지 않게 하는, 우수처리를 위한 기능 요소다. 건축의 인상을 좌우하는 요소는 아니다. 그러나 무덤덤한 지붕의 마감재료와 그 형상으로부터 돌출된 파라펫은 건축물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공들여 만들어진 노출콘크리트 마감보다 더 강하게 시선을 끈다. 파라펫은 지붕 안쪽에서는 우수를 차단하기 위한 턱이지만 바깥쪽에서는 파사드의 끝이다. 선흘아이에서 파라펫의 높이는 파사드의 전체 높이와 비례와 연관된다. 그런 면에서 어딘가 어중간한 높이인데, 무근으로 지붕 면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짧아진 것으로 시공 과정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파라펫의 지붕 안쪽 면을 외벽과 같은 마감으로 처리했다면 어떠했을까? 지붕 면으로부터 돌출된 파라펫이 두드러지는 시점에서도 건물 전체를 휘감고 있는 외벽의 존재감이 암시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파사드 

주 진입구로부터 건물 외벽을 따라 배면으로 들어서면 지붕이 높이 솟은 구간에서 파사드를 발견하게 된다. 파사드는 뾰족한 모서리 없이 연속적으로 이어진 벽임에도 뚜렷한 정면성을 가진다. 종이 한 겹을 울타리처럼 둘러서 만든 듯한 볼륨의 구성임에도 특정 위치에서 파사드는 독립적이다. 모든 요소들을 배제하고 수직성이 강조된 외벽 재료와 들어 올린 지붕으로 인해 생기는 효과다. 둘러쳐서 만들었지만 독립적인 파사드로 부각되는 면은 좌우대칭이 뚜렷하고 한 점만 솟아 있어서 아이코닉하다. 제주도의 농촌 풍경의 원거리 경관에서 특히 효과를 발휘한다. 

 

창문

파사드에는 4분의 1 원형 창이 있다. 거푸집에 각재를 덧대 수직 방향의 촘촘한 요철을 정성스럽게 만들어놓은 노출콘크리트 외벽을 과감하게 커팅해 창을 냈다. 사각형의 창을 상상해보면 어색하다. 원형 창을 선택한 것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프로그램 성격도 한몫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판단의 과정이야 어떠하든 수직적이기만 한 파사드에 입체적 효과를 더한다. 원경에서의 외부의 아이코닉함이 내부에서 외부를 바라볼 때에도 느껴지기를 원한 것 같기도 하다. 

 

평면 

평면은 건축 요소라고 볼 수는 없지만 지붕의 들어 올려진 방향, 파사드와 창의 구성에 합리적으로 부합해있다. 어쩌면 파사드의 창을 먼저 계획하고 평면을 맞추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면에서 단순한 도형의 조합으로 아이코닉하게 구축한 건물의 전체 인상이 평면의 구성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계

(주)요앞 건축사사무소(류인근, 김도란, 정상경)

설계담당

류인근, 김도란, 정상경, 김은아

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선흘남4길 37-2

용도

단독주택, 농어촌민박

대지면적

1,575㎡

건축면적

316.85㎡

연면적

296.19㎡

규모

지상 1층

주차

4대

높이

단독주택: 7.6m / 농어촌민박: 8.1m

건폐율

20.12%

용적률

18.81%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골패턴 콘크리트, 이건 알루미늄 시스템창호, 이건 PVC 시스템창호

내부마감

수성페인트, 마모륨

구조설계

한길구조엔지니어링

기계,전기설계

정연엔지니어링

시공

G.A.U 아키팩토리

설계기간

2017. 11. ~ 2018. 5.

시공기간

2018. 6. ~ 2019. 2.

공사비

6.77억 원

건축주

안재만

조경설계

듀송 플레이스


류인근
류인근은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2005년부터 9년간 실무경험을 쌓고, 2013년 디자인밴드 요앞을 설립했다. 이후 2019년부터 (주)요앞 건축사사무소의 대표로 김도란, 정상경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건축가협회장상, 농어촌건축대전 본상을 수상했고, 요앞 하얀집, 코너스톤, 청풍래고인(淸風來故人), 1×4 하우스, 안양관양 신혼부부형 행복주택, 화성진안 청년형 행복주택 등 작품을 이어나가고 있다.
김도란
김도란은 한양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2012년 스튜디오 쁨을 거쳐 2013년 디자인밴드 요앞을 설립했다.
정상경
정상경은 한양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런던 예술대학교에서 인테리어공간디자인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 영 인 아키텍츠 런던, 엠케이피엘 아키텍츠 싱가포르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현재 경북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영천시 서부동 도시재생 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