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한 혁명가를 꿈꾸는: 터101 빌딩

「SPACE(공간)」 2023년 7월호(통권 6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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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 일지

“안녕? 나랑 싸지 먹을래?” 군산으로 전학을 가고 며칠 만에 누군가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 싸지? 뭘 싸 먹자는 건가? 나는 뭔지 모르겠지만 같이 먹자고 했다. 녀석은 씨익 웃더니 나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장난이라며 휘두른 주먹의 방향은 허공이었지만, 당시에 순하디 순하던 안경잡이 한양규에게는 꽤나 위협적이었다. 옆 반의 덩치 큰 여자애들은 쉬는 시간이 되면 우리 반으로 몽둥이를 들고 왔다. 염색을 했었고, 진한 색깔 스타킹을 짝짝이로 신고 있었다. 무서웠다. 신발장에는 몇 켤레의 신발(내 운동화를 포함)을 제외하고는 다 메이커(브랜드의 속어) 운동화로 가득 차 있었다. 그중에 몇 개는 걸을 때마다 ‘쉭쉭’ 소리가 나는 멋진 운동화였다. 당시 내 운동화는 인천 거북시장에서 산 천 원짜리 운동화였다. 운동화로 창피할 수도 있다고 처음 느낀 순간이었다. 열한 살이란 어린 나이에 선악과를 먹고야 말았다.

나는 창피하고 싶지 않았다. 강해지고 싶었고, 녀석들과 어울리고 싶었다. 5학년이 되면서 나도 메이커 운동화를 갖게 됐다.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신발에 새겨진 마크는 나를 꽤나 멋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나는 욕을 반쯤 섞어가며 말을 했고,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녀석들과 어울리기 위해 강한 척을 했다.

(왼쪽) 개념 다이어그램 / (오른쪽) 바람개비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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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에 철골 건물을 짓게 됐다. 도시에서 시골로 전학을 가는 기분이었다. 물론 한옥마을 한복판에 건물이 생기는 건 아니었지만, 긴장됐다. 아무도 나에게 싸움을 걸지 않았지만 나는 강해지고 싶었고, 녀석들과 닮기 위해 평면을 같은 방식으로 구성했다. 덩어리를 만들기 전에 내부의 바람개비 구조를 먼저 세웠고, 그 끝에 브레이스를 설치해서 최소한의 구획을 했다.

바람개비 구조의 가운데 있는 네모 공간을 냉난방 설비 덩어리로 만들었다. 이 설비 덩어리는 사방으로 바람을 불어줄 수 있는 위치적, 구조적 특징이 있어서, 기계 한 대로 한 층의 온도를 조절 가능하게 하고, 추가로 공간을 나눌 수도 있게 한다. 설비 덩어리를 감싸고 있는 H빔에 지름 150mm 구멍을 미리 뚫고 토출구를 연결했다. 높이 350mm 설비 덩어리 안에서 구조와 설비를 모두 구성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바람개비 가운데에만 천장을 만들면 됐고, 바깥쪽은 천장고를 높게 확보할 수 있었다.

건물의 안과 밖으로 구조를 노출시켰다. 철골구조가 단열에 취약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외부에 접하는 기둥을 집게 모양으로 만들었다. 바깥쪽은 넓적하고, 안쪽은 선으로 만나게 해서 단열에 유리하게 했다. 내부의 기둥은 자연스럽게 선이 만나 십자 기둥이 되었다. 이런 걸 필연이라고 해야 하나. 집게 기둥과 십자 기둥이 만나는 곳은 선과 선이 이어지는 곳으로 브레이스의 나이프 플레이트를 설치하기에 적합한 형태였다. 집게 기둥의 위쪽(FL+1,700~2,475)은 창을 만들고, 아래쪽(FL±0~FL+1,700)은 패널을 사용해서 벽을 만들었다. 높은 창은 옆 건물의 창문과 높이가 달라서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고, 채광과 환기에 유리하다. 패널 하부와 빔이 만나는 안쪽 지점에 방수턱을 만들어서 철골구조가 방수에 취약한 점을 보완했다.​(글 한양규/ 진행 방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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