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복합문화공간 JTBC play가 홍대 놀이터 건너편에 문을 열었다. 클라이언트인 방송사는 채널의 주요 시청층인 젊은 세대들이 자사 콘텐츠를 가볍게 접할 수 있도록 굿즈 스토어, 카페, 오픈 스튜디오, 전시실을 운영하고 있다. 공간 설계를 맡은 한승재(푸하하하프렌즈 공동대표)와 가구를 디자인한 김세중·한주원(씨오엠 공동대표)에게 JTBC play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들어보았다.
인터뷰 한승재, 김세중, 한주원 × 김예람
김예람: JTBC가 홍대 앞에 JTBC 플레이를 오픈했다. 이곳은 젊은 시청자들이 미디어 콘텐츠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공간을 홍대 앞에 마련한 이유와 두 팀이 협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김세중: 클라이언트는 젊은 세대의 활동이 활발하게 나타나는 홍대 앞에 복합문화공간을 마련하고자 했다. 이곳에서는 탁 트인 외부 풍경을 볼 수 있는데, 주변을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 이 건물을 선택한 큰 이유였다고 한다.
한주원: 푸하하하프렌즈와 성수연방(「SPACE(공간)」 2019년 5월호 REPORT 참고), 대충유원지 등의 작업을 했다. 협업과정에서 소통이 잘 되는 팀이라 JTBC에 한승재를 추천했고,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김예람: 아이스크림 가게와 화장품 매장으로 사용되던 전형적 상업시설을 리모델링했다. 기존 건물을 방송사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어떠한 디자인 전략을 구상했나?
한승재: JTBC가 이 건물을 구입한 게 아니라 5년 동안 임차하는 것이라서 건물의 임대 기능을 유지해야 했다. 신축처럼 모든 것을 새로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건물의 체적을 유지하면서 외관을 정돈하는 방향으로 리모델링 디자인의 가닥을 잡았다. 많은 사람들이 JTBC 하면 손석희 사장을 떠올리는데, 정장을 잘 차려입은 그의 모습처럼 건물도 말끔히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차분한 톤의 콘크리트 패널을 제작하여 외부재료의 이음새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김세중: 한승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건물이 정장을 입은 사람이면 그 안에 들어가는 가구는 예쁜 넥타이나 귀여운 커프스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웃음) 건물이 이전에 비해 단정해지면서 우리에게는 그것을 JTBC스럽게 만들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클라이언트가 브랜드 아이덴티티에서 사용하는 다채로운 색상과 로고 플레이를 활용하여 단정한 공간 속에서 캐주얼한 가구를 만드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김예람: 클라이언트는 TV 편성 프로그램, 유튜브 콘텐츠 등 다양한 형식의 방송 촬영이 가능한 오픈 스튜디오를 만들고 싶어 했다. 공간과 가구가 오픈 스튜디오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해야 할 것 같은데, 이러한 요구를 공간에 어떻게 반영했는지 들려 달라.
한승재: 건물의 평면은 대지를 따라 각진 아보카도 모양으로 생겼는데, 개인적으로 기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이런 형태를 좋아하지 않는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송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평면을 새로운 기능에 적합한 모습으로 만들어야 했다. 내부 공간의 형태를 고민하던 와중에 “개인 크리에이터가 방송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1인 미디어가 방송을 위한 최소 단위가 되는 것이다. 여러 카메라와 조명 등이 필요한 전통적인 방송 촬영과 달리, 요즘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이러한 촬영 방식의 변화는 화각에 맞는 삼각형의 스튜디오 평면을 요하기 때문에 영상의 배경이 되는 사선형 벽들을 세웠다. 새로 삽입된 벽들은 내부를 사분할하면서 한 층에서 여러 명이 영상을 촬영할 수 있도록 만든다.
한주원: 가구를 만드는 입장에서 이 벽은 디자인을 하는 내내 고민거리였다. 이 벽은 실제로 하중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만약 이것이 없으면 창문에 X자 모양의 철골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더라. 벽을 관통하는 듯한 적극적인 가구 배치를 시도할 수가 없어 난감했다. 하지만 벽이 가구를 디자인하는 데 있어 방해 요소라고 인정하고 나니 흥미로운 모양의 가구와 배치가 나왔다. 결과적으로 가구가 벽을 따라가지 않고 오브제처럼 띄엄띄엄 있거나 평면의 중심에 몰리는 모습이 만들어졌다.
김예람: 1층에는 크기가 다른 가구들이 쌓여있고 그 위에 제품들이 놓여있다. 다양한 제품군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나열하는 굿즈 스토어의 일반적 진열 방식과는 다른 모습이다.
한주원: 직관적으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가구를 설치하면 사람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굿즈 스토어는 400종이 넘는 아이템들을 취급하는데 이것들을 모두 한 층에 담아야 하는 난관이 있었다. 제품을 단순히 나열하면 프랜차이즈 문구점처럼 될 것 같아, 가구의 조형성을 확보하면서 제품 모두를 보여줄 수 있는 디스플레이 방식을 고민했다. 방송사의 브랜드 디자인팀에게 모든 아이템의 규격을 확인한 다음, 그것들이 전시될 면적을 계산하고 가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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