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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학생기자] 유튜브에서 만나는 건축가들③: 하이퍼스팬드럴

글
20기 SPACE 학생기자(조성원, 전서영)
자료제공
하이퍼스팬드럴
진행
박지윤 기자

최근 설계라는 전통적 영역을 넘어 건축적 사고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건축가들이 늘고 있다. 책과 전시를 넘어 유튜브를 통해 자신만의 시각으로 건축을 이야기하는 건축가들. 이번 인터뷰에서는 ‘서울은 이상한 도시’, ‘오피엠’, ‘하이퍼스팬드럴’을 만난다.  

 

 

전재우와 학생기자의 인터뷰. 이야기가 길어져, 이동하는 지하철까지 이어졌다. 

 


건축의 또 다른 소비방식을 탐구하는 엔터테인먼트

‘하이퍼스팬드럴’은 전공자를 대상으로 복잡한 현대 건축 이론을 ‘고품격 예능’이라는 독창적 방식으로 풀어낸다. 전재우는 건축사무소 하이퍼스팬드럴의 소장이자, 2023년부터 동명의 건축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고품격 건축 소비채널'을 표방하는 이 채널은 현대 건축 이론과 작품을 위트있게 분석하고 해설한다. 채널명이자 사무소명인 하이퍼스팬드럴은 주된 기능의 부산물을 뜻하는 건축 용어 '스팬드럴(Spandrel)'에 '하이퍼(Hyper)'를 더한 것으로, 주류 담론에서 벗어난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려는 그의 건축적 태도를 드러낸다.

 

 

인터뷰 전재우 x 20기 SPACE 학생기자 조성원, 전서영

​ 

 

학생기자: 영상 주제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나요?

전재우(전): 하이퍼스팬드럴은 흔히 생각하는 단순한 설계 사무소라기보다는 하나의 브랜드에 가깝게 접근하고 있어요. 일반적인 설계 활동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향하는 콘셉트와 메시지, 그리고 내러티브를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하고 있어요. 그중 하나가 바로 영상 제작이에요.

현재 올리고 있는 콘텐츠들은 제가 강의를 하면서 출발한 경우가 많아요.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잘 모르는 레퍼런스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더라고요. 같은 설명을 계속 반복하기보다는 차라리 영상을 만들어 기록해 두면 학생들이 언제든 쉽게 참고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렘 콜하스를 주제로 다루는 이유는 제 작업의 출발점이 모두 그가 남긴 유산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그가 이야기했던 이론이나 태도, 포지셔닝을 바탕으로 제 입장을 보여주고 싶어요.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하든, 시청자들이 그 세계관에 대한 기본적인 맥락을 알고 있어야 제 이야기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의 유튜브 채널은 하이퍼스팬드럴의 세계관으로 들어가기 위한 일종의 튜토리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학생기자: 채널의 배너를 보면 “High-Quality Architectural Entertainment”라고 되어 있어요. 여기서 엔터테인먼트는 어떤 의미인가요?

전: 엔터테인먼트는 하이퍼스팬드럴이 추구하는 견고함, 유용성, 즐거움 중에서 즐거움에 해당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예능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잖아요. 예능 속에는 유익한 요소도 많아요. 저는 건축이야말로 가장 복잡하면서도 가장 깊이 있는 '예능'이라고 생각해요. 건축은 모든 문화와 예술을 포괄하는 분야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건축을 예능처럼 접근하고 있어요.

하이퍼스팬드럴이 건축을 엔터테인먼트로 바라보기 때문에 결과물이 다양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엔터테인먼트는 미디어 자체뿐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향유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포함해요. 예를 들어, 음악을 뮤직비디오로 볼 것인지, 그냥 들을 것인지, 아니면 공연에 가서 체험할 것인지와 같은 문제예요. 결국 엔터테인먼트란 건축을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에 대한 태도라고 생각해요.

 

 

‘그리드와 코니섬 ft 슈퍼 뽠타스틱한 도시의 시초들(렘 쿨하스 대해부) 2탄 DELIRIOUS NEW YORK’ 영상 오프닝

 

 

학생기자: 영상은 편집 방식에 따라 결과물이 크게 달라지잖아요. 편집 과정 중 가장 고려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전: 제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말의 어투예요. 제가 캐나다인이라 한국어가 여러분만큼 유창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중요한 부분을 이야기할 때는 다시 촬영하기도 해요. 무언가를 강조하고 싶을 때 미묘한 타이밍이나 느낌이 맞지 않으면 답답해서, 계속 다시 찍고 편집하고 이어 붙이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어요.

스크립트는 필요에 따라 작성하는 편이에요. 아주 중요한 내용이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할 때는 스크립트를 쓰지만, 어떨 때는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거든요. 그래서 비교적 자유롭게 촬영하는 편이에요.

제가 처음 벤치마킹했던 대상은 슈카월드였어요. 게이밍 스트리밍처럼 얼굴을 작게 넣고 콘텐츠를 보여주는 방식이 흥미로워 보였거든요. 일반적인 강의는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한 상태에서 진행되지만, 슈카월드는 그림판 하나만 띄워놓고 날것의 느낌으로 풀어나가더라고요.

 

학생기자: 콘텐츠의 주 타겟이 건축 관련 전공자인지 아니면 비전공자인가요? 

전: 주 타겟은 전공자예요. 뭔가를 제대로 즐기려면 그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하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이나 ‘에반게리온’을 예로 들자면, 두 작품 모두 세계관이 굉장히 복잡해서 저도 내용을 다 알지는 못해요. 하지만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죠. 오히려 그 복잡한 내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되기도 해요. 전공자들은 건축을 더 깊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으니, 일단 그들과 함께 즐겨보자는 마음이에요.

제가 추구하는 방식은 단순히 내용을 쉽게 줄여서 접근성을 높이는 게 아니에요. 와인 채널을 예로 들어볼게요. 와인 세계는 입문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입문자용 콘텐츠만 보여주면 그 풍부한 세계를 다 경험할 수 없잖아요. 건축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어려운 주제를 그대로 다루되, 그것을 재미있게 풀어내고 싶어요. 우리끼리 재미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재미있게 느낄 거라고 생각해요.

 

학생기자: 건축가로서의 활동과 유튜브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활동은 어떤 점에서 다른가요? 또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시면서 생긴 개인적 변화나 인식의 전환이 있을까요?

전: 저는 건축가와 유튜브 제작자로서의 활동이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건축가들도 원래 다재다능하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에요. 물론 현실적인 이유로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요.

저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사용하는 도구와 매체가 달라질 뿐, 근본적인 활동 자체는 다르지 않다고 봐요. 아마 다른 건축가들도 저와 비슷하게 생각하실 거예요.

 

학생기자: 텍스트 기반 매체와 영상 기반 매체에서 건축을 다루는 방식의 큰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전: 아무래도 영상은 보는 재미가 있잖아요. 저도 글을 쓰고 읽는 걸 좋아하지만, 가끔은 지루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래서 학생 때부터 강연 같은 것을 자주 찾아보곤 했어요. 건축을 공부하다 보면 이미지를 많이 접하게 되는데, 저 역시 이런 방식에 익숙하다 보니 제 이야기를 글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함께 풀어냈을 때 또 다른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이야기를 훨씬 더 풍부하게 전달할 수 있고요. 또 제 얼굴이 화면에 드러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몰입도가 높아져요. 

 

학생기자: 유튜브에서 향후 다루어 보고 싶은 주제나 실험하고 싶은 형식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전: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릴스처럼 짧은 영상을 만들고 있어요. 긴 영상을 제작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거든요. 그런데 숏폼 콘텐츠가 꽤 재미있어서 앞으로도 계속 시도해 보고 싶어요.

최근에 떠올린 생각은 제가 계획한 글을 단순히 글로만 남기지 않고, 비디오 에세이처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거예요. 예전에는 건축가가 책을 내서 자신의 담론을 전파했다면, 이제는 유튜브에 비디오 에세이를 올려서 전파하는 방식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제가 늘 흥미롭게 생각하는 건 건축가들이 모여 수다 떠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예요. 건축가끼리 모여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면 정말 재미있거든요. 그래서 팟캐스트 같은 형식도 해보고 싶은데, 할 일이 많아서 아직 엄두가 안 나요.​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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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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