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5년 5월호 (통권 690호)
오늘의 건축가
‘오늘의 건축가’는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저마다의 건축을 모색하는 젊은 건축가를 만나기 위해 기획됐다. 그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탐색하고, 고민하고 있을까? 「SPACE(공간)」는 젊은 건축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보다는 각자의 개별적인 특성을 발견하고자 한다. 인터뷰는 대화에 참여한 건축가가 다음 순서의 건축가를 지목하면서 이어진다.

레이키스(2022) ©Studio Stucky
인터뷰 김선아, 이수빈 스튜디오스투키 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 × 김혜린 기자
무럭무럭 스튜디오스투키
김혜린: 스튜디오스투키, 이름의 의미가 궁금해요.
김선아, 이수빈: 요새 이 질문을 좀 듣거든요? (웃음) 심오한 뜻은 없고, 가볍게 들리는 이름으로 짓고 싶었어요. 스투키라는 식물은 선물용으로도 많이 쓰이고, 한 달에 한 번만 물을 주면 돼서 키우기도 쉬워요. ‘스튜디오’ 하고 ‘스투키’니까 라임을 맞춘 것도 있고요. ‘어디에나 있을 수 있고,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사무실이 되자’는 의미는 나중에 붙였어요.
김혜린: 스튜디오의 이름은 라임을 맞춰서 지으신 걸로 알고 있을게요. (웃음) 독립할 마음을 먹은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김선아: 우선 저랑 이수빈 소장은 대학교 동기였어요.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거의 모든 설계 수업을 같이 들었죠. 졸업 후에는 각자 다른 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주변 지인들로부터 주스 패키지를 만들어 줄 수 있냐, 인테리어를 해 줄 수 있냐 하는 식의 자잘한 의뢰들이 계속 들어왔어요. 혼자 하기에는 벅차니까 둘이서 퇴근 후나 주말에 작업을 하곤 했죠. 사업자 등록을 한 건 2019년인데, 2020년에 첫 건축 작업인 동백동 단독주택(2022) 프로젝트를 맡게 된 것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독립하게 됐어요.
김혜린: 다른 건축사무소와 다른 스튜디오스투키 건축사사무소(이하 스튜디오스투키)만의 작업 방식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선아: 프로젝트를 나누지 않고 항상 두 명이서 같이 진행해요. 모든 작업 과정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함께 상의하고, 협의하며 ‘팀플’하는 것처럼 진행하는 거죠. 과정을 말하자면, 우선 프로젝트 초반에는 각각 디자인을 해봐요. 그러면 각자 결과물이 완전히 다르거든요. 저는 공간이 효율적으로 딱 떨어지는 걸 좋아하고, 이수빈 소장은 비례나 미감을 좀 더 중시하죠. 그런데 작업하는 과정에서 논의를 하며 두 디자인이 서로 합쳐져요. 최종 완성본은 그 누구의 디자인도 아닌, 스튜디오스투키의 디자인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누가 이 디자인이 누구 디자인이냐고 물어보면 답하기가 어려워요.
김혜린: 작업 과정에서 서로 의견이 안 맞거나, 옥신각신하는 일은 없나요?
이수빈: 신기하게 아직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어요.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또 서로의 의견에 대해서는 귀가 얇은 편이어서, 각각의 의견을 잘 반영하는 것 같아요. 혼자 작업하면 더 나아갈 수 없는 시점이 생기는데, 서로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에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김혜린: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는 보통 어디에서 오나요?
이수빈: 제약 조건이 많을수록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가지고 와요. 오히려 제약 조건 없이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다고 하면 조금 더 어렵게 느껴져요. 이를테면 동백동 단독주택 경우에는 사이트가 자연녹지 지역이라서 건폐율이 20%밖에 안 됐었어요. 어떻게 하면 더 넓게 지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경사지의 특성을 살렸죠. 외부로 드러나 있지만, 땅에 묻혀 있는 부분이 반 이상이라 법적으로는 지하 공간인 부분을 거실로 만들었어요.
김혜린: 김선아 소장님은 『여기가 좋은 이유』(2019)라는 책을 쓰기도 했고 건축 사진을 찍기도 해요.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게 지금 작업에 영향을 끼치나요?
김선아: 글 쓰는 건 프로젝트 설명이나 디자인을 할 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건축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간이 굉장히 길어요. 그러다 보면 얘기들이 엄청 많아지거든요. 그런데 글을 쓰다 보면 플롯을 만들게 되잖아요? 이야기들을 잘 정리해서 외부에서 읽기 쉽게 가장 중요한 부분들만 표현하는 연습이 됐죠. 또 디자인 과정에서도 ‘이 디자인은 이렇게 설명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러면 그 부분은 더 이상 없어지면 안 되는 부분인 거예요. 디자인을 설명하는 핵심을 꼭 지켜야 이 프로젝트가 원하는 방식으로 읽힐 수 있겠다고 생각하죠. 중요한 것을 강조하고 잃어버리지 않는 연습이 된 것 같아요.

이수빈(왼쪽)과 김선아(오른쪽)

스튜디오스투키 사무실
어디서든, 실용적인 올라운드 플레이어
김혜린: 스튜디오스투키는 공간과 브랜드를 기획하고, 건축설계, 가구 디자인까지 하면서 공간의 모든 요소를 다루고 있어요. 또 띵크오브미라는 이름으로 부동산 개발과 디렉팅도 하고 있고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성장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이수빈: 스튜디오스투키를 운영하다가, 하고 싶은 걸 원 없이 해볼 수 있는 프로젝트가 우리한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때 부동산 개발업으로 사업자를 내 띵크오브미를 만들었어요. 첫 직장이 경계없는작업실이었는데 설계, 프로그램 개발, 브랜딩 등 폭넓은 작업을 하는 회사라 입사 후에 브랜딩, 인테리어, 설계 등 정말 다양한 분야의 일을 경험했어요. 개발 사업도 어깨너머로 봤었고요. 이전 회사에서의 경험들 때문에 비교적 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김선아: 제가 신입사원으로 처음 일했던 곳은 소수건축사사무소였고, 그다음에는 제로투엔건축사사무소종합건설(이하 제로투엔)에 있었어요. 제로투엔은 부동산 개발부터 시공까지 하는 회사다 보니, 부동산 관련된 이야기들을 많이 접하기도 했고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일들도 많았죠. 또 시공하는 소장님하고 만나게 되는 경우도 많았고요. 부동산 개발을 해보자는 마음을 먹을 수 있었던 것도 간접적으로나마 보고 겪은 게 있다 보니까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있어요.
김혜린: 대표 작업이자, 부동산 개발부터 브랜딩, 설계 등 전 과정에 참여하고 직접 운영까지한 첫 프로젝트가 레이키스(2022)예요.
김선아: 규모를 키워서 직접 부동산 개발을 할 수 있는 때가 왔으니까 우리가 개발할 수 있는 땅을 찾아보자는 게 첫 번째였어요. 지금은 독립한 노선현 공간 디자이너까지 세 명이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땅을 봤는데, 마지막에 세 명 다 좋다고 했던 땅이 현재 레이키스가 있는 부지였어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망리단길의 이면도로에 있는 대지였는데, 바로 앞이 주차장이었기 때문에 이면도로임에도 가시성이 있었죠. 매매 계약을 한 이후에는 아예 사무실을 망원동으로 옮겼어요. 망원동에서 지내면서 낮, 밤, 계절별로 달라지는 동네를 읽었어요. 그걸 토대로 디자인을 시작했죠. 망원동은 골목골목 사람들이 오가고, 작은 상점들이 매력 있는 곳이에요. 레이키스를 정면에서 보면 큰 창문 두 개가 있는데, 각 창문의 가운데를 기준으로 실을 나눌 수 있게 설계했어요. 작은 상점들이 네 개 정도 들어갈 수 있게요. 네 개의 아기자기한 다른 공간들이 유리창을 통해 밖에서 보일 거라고 상상했죠. 지금은 공간을 통으로 쓰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임차인으로 들어와서 층마다 가게가 하나씩 들어와 있긴 하지만요. 꼭대기 층인 4층은 사선제한 때문에 음식점이 되기에도, 상점으로 쓰기에도 면적이 애매했는데, 옥상을 테라스로 쓸 수 있기 때문에 거기에 스테이를 만들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완공이 되고 난 다음에는 4층의 스테이를 직접 운영하기 위해 브랜딩과 인테리어를 진행했고요. 지금은 저희가 운영하고 있지는 않아요. 이 건물을 정말 좋아해 주시는 분께 넘겨드렸거든요. 그분이 계속 방문하시면서 이 건물을 본인이 운영해보고 싶다고 하셨었어요.
이수빈: 그러면서 그 자금으로 지금 진행하는 신수동 오키드(2025) 대수선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됐어요.
김혜린: 스튜디오 규모에 비해 큰 작업들이 많은 것 같아요.
김선아: 맞아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이수빈 소장과 ‘우리가 어디까지 둘이서 할 수 있을까?’ 이런 얘기를 하고는 해요. ‘아직은 우리 좀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나 두 개 정도는 더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계속하고 있어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인원을 늘릴 생각이 있기는 해요.
김혜린: 건축은 디자인도 그렇지만 시공 비용도 무시할 수 없잖아요? 그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와 어떻게 소통하며 의견을 맞춰나가나요?
이수빈: 저희가 건축주로 토지 개발부터 건물 운영까지 직접 해봤다 보니, 좀 더 건축주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워낙 큰돈이 들어가니까 프로젝트 마지막에 돈을 다 쓰고 나면 괜히 손잡이 같은 요소들을 저렴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생기거든요. 근데 그렇게 했을 때 나중에 완성도가 어떻게 아쉬워졌는지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면, 클라이언트들도 얘네가 그냥 예쁜 걸 하고 싶어서 이렇게 설득을 한다기보다 경험자로서 얘기한다고 생각해주는 것 같아요.
김혜린: 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 말하는 거군요?
김선아: 맞아요. 건축주의 입장을 겪어보고 난 뒤 달라진 점들이 있는데, 우선 이전보다 견적서를 더 열심히 보게 됐어요. 결국에는 시공사와의 협의 과정이 더 길어졌죠. (웃음)
이수빈: 이건 실무적인 이야기인데, 레이키스에서 한 층을 두 개의 호실로 쓸 수 있도록 하려면 전기 배선이 분리 되어 있어야 해요. 그런데 거기에서 끝이 아니라 공용 전기는 비용이 어떻게 집계되는지 등 임차료 관련해 챙겨야 할 게 많더라고요. 전기가 하나로 다 묶여 있으면 실을 나눠 사용하기가 어려워지니까요. 또 공동 현관의 조명등을 센서와 타이머 두 가지 방식으로 쓸 수 있게 해놓거나, 가게가 바뀌어도 쉽게 교체할 수 있게 층별 안내판을 만든다든지 하는 식의 사소한 배려들을 많이 하게 돼요.
김선아: 도면을 그릴 때도, 이후 운영 시 수도 요금이나 전기 요금이 따로 나올 수 있는지 하나하나 확인하게 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눈에 보이지 않는 디테일들을 더 많이 고려해요.

신수동 오키드(2025) ©Studio Stucky

‘글랜스’ 시리즈(2024) ©Studio Stucky

‘글랜스’ 시리즈(2024) ©Studio Stucky
가볍고 산뜻한 스투키
김혜린: 레이키스를 지을 때 일대 상황과 부지를 보려고 사무실을 을지로에서 망원동으로 옮겼고, 현재도 신수동 오키드 대수선 프로젝트를 위해 대흥동으로 사무실 위치를 옮겼어요. 2인 스튜디오라서 몸이 가볍다는 점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이수빈: 프로젝트를 따라 계속 옮겨 다니며 작업하고 있어요. 현장 근처에 사무실이 있으면 기획 단계에도 도움이 되지만, 건물이 지어질 때도 언제든지 현장에서 와달라고 하면 뛰쳐나갈 수가 있거든요.
김선아: 가까우니까 하루에도 몇 번씩 갈 수 있죠. 놓치는 게 적어지고, 현장에서 필요한 게 뭔지 알게 됐어요.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다음 프로젝트를 계획할 때나 다른 작업을 할 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김혜린: 가구 작업을 많이 하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특히 취미책방 흘깃의 가구 작업 ‘글랜스’ 시리즈(2024)에서 거울을 통해 ‘흘깃’ 누군가를 쳐다볼 수 있는 책장들이 너무 귀여웠어요.
이수빈: 학교를 다닐 때부터 가구에 관심이 많았어요. 건축설계를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이 공간에는 이런 가구가 놓이면 좋겠다는 데까지 어느새 생각이 뻗어 있었거든요. 사무실에 놓인 가구들도 대부분 저희가 직접 디자인한 가구예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지금 사무실 지하에 목공방이 있거든요. 이곳에 사무실을 꾸리면서부터는 취미로 직접 가구를 만들기도 하고 있어요. 직접 가구를 만들다 보니 어느 부분에서 어떤 부재가 취약해지는지나, 다양한 결합 방식 중 무엇이 더 적합한지 세세하게 알 수 있어서 스튜디오스투키의 가구 작업에도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김선아: 요즘 특히 가구 작업들이 늘어난 것 같아요. 아쉽게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업장을 옮기는 상황을 왕왕 목격하게 됐거든요. 업장이 이사를 하게 되면 기존의 인테리어들은 다 폐기하게 되죠. 가볍게 가지고 움직일 수 있는 가구가 이분들한테 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공간에다 최대한 돈을 적게 쓰고, 가구로 캐릭터를 잡아보자는 제안을 하기도 해요.
김혜린: 마지막으로, 건축가의 꿈을 계속 이어나가고 계시잖아요? 그 계기나, 지금 꾸고 있는 꿈을 여쭤보고 싶어요.
김선아: 처음에는 건축가가 많은 곳을 돌아다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서 건축학과를 지원했었어요. 사실 저는 건축을 엄청 사랑해서 이거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긴 해요. 그냥 했는데 되는 거예요. 학과에서부터 취업이나 독립까지 크게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하니까 되네?’ 그러면서 계속했더니 여기 있고. 그래서 계속 건축을 하고 있어요. 아직도 너무 재밌고요.
이수빈: 중학교 때부터 잡지 속 패션 브랜드의 부티크를 설계하는 건축가들을 동경했어요. 그런 아름다운 걸 계속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에 매료된 것 같아요. 또 아르네 야콥센이 덴마크 국립은행을 디자인할 때 같이 디자인했던 시계를 무척 좋아하는데, 건물이 계속 존재할 수 없더라도 그 안에 존재했던 시계나 가구 같은 것으로 건물을 기억 속에서 복원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그게 제가 기물에 애정을 쏟는 이유이기도 한데, 무엇이 되었든 클래식으로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아름다운 것을 죽기 전에 하나쯤은 만들어놓고 싶은 게 제 꿈이에요. 또 건축이 너무 재미있어요. 아마 재미가 없다면 못하지 않았을까요?
김선아와 이수빈은 2025년 6월호에서 안서후, 이시산(스튜디오 프랙티스 공동대표)의 오늘을 듣고 싶어 했다.

김선아(왼쪽), 이수빈(오른쪽)과 고양이 호옹(가운데)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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