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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간의 축을 만들어내는: 더일마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사진
스튜디오 플린트(별도표기 외)
자료제공
더일마
진행
김혜린 기자

「SPACE(공간)」 2025년 5월호 (통권 690호) 

 

더일마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 

 

한옥 부분의 1층 내부  

 

조병수(BCHO 파트너스 대표)가 설계한 막 프로젝트 스페이스(2021, 이하 막집)는 서촌의 작고 오래된 건물들과 나란히 어깨를 맞댄 전시ㆍ문화 공간이다. 이곳에 지난 3월 4일 의류 브랜드 더일마의 ‘더일마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더일마는 기존의 막집을 쇼룸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해리 누리에프가 이끄는 크로스비 스튜디오에게 공간 디자인을 맡겼다. 크로스비 스튜디오는 막집을 전통과 현대,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재해석한다. 세월의 흔적을 품은 업사이클링 오브제들과 동시대적인 인테리어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며, 여러 개의 시간 축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다시 재생된 더일마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를 들여다보았다. 

 

 

​인터뷰 해리 누리에프 크로스비 스튜디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김혜린 기자 

 

 

김혜린(김): 더일마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이하 더일마 스토어)는 조병수(「SPACE(공간)」 684호 참고)가 설계한 막집 공간에 조성됐다. 막집은 110년 된 한옥과 60년 된 양옥(조적조 건물)을 연결해 재생한 건축이다. 서촌이라는 사이트와 막집을 보았을 때,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해리 누리에프(누리에프): 막집을 처음 보았을 때, 공간이 겹겹이 역사의 층위를 품고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한옥으로 된 부분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우아함과 전통의 무게를 담고 있었고, 한옥과 연결된 조적조 건물은 보다 현대적이며 산업적 감각이 더해진 공간이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공간 곳곳에서 시간의 흐름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충돌하기보다는 서로를 보완하며 공간을 생동감 있고 특색 있게 만들었다. 이러한 전통과 혁신 사이의 균형감이 이곳을 더일마 스토어로 변모시키는 밑바탕이 되었다. 

 

김: 막집을 더일마 스토어로 조성하며 재창조한 공간 콘셉트에 대해 말해 달라. 

누리에프: 막집의 공간이 지닌 역사의 켜를 깊이 존중하는 동시에 신선한 동시대적인 시각을 접목하고자 했다. 강렬한 대비를 강요하기보다 110년 된 한옥과 60년 된 조적조 건물 사이의 기존 관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각자의 고유한 성격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게 했다. 목표는 전통과 현대성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하는 것이었다. 한국 전통 요소와 미니멀하면서 미래적인 감각 간의 균형을 위해 재료 팔레트를 정제되어 있으면서도 신선한 소재들로 구성했다. 모든 디테일은 더일마의 정체성을 담아내기 위해 세심히 고려했는데, 소재의 질감, 조명, 신중하게 설계된 동선을 통해 은은하지만 분명한 존재감을 남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더일마 스토어를 단순한 의류매장이 아니라 사람들이 찾고 싶은 목적지가 되도록 만든 것이다. 더일마에서는 이곳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예술가들과 창작자들이 모여 영감을 주고받으며 의미 있는 교류를 할 수 있는 이상적인 만남의 장소가 되기를 원했다. 이를 위해 커피 라운지를 공간에 포함시켰고, 예술가들과 창작자들이 모이고 교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 결과 편안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이고, 역사와 디자인 그리고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이 되었다.

 

김: 기존의 공간을 최대한 보존하고 싶었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꾼 부분이 있나?

누리에프: 가벽들을 배치하거나, 공간 곳곳에 거울을 배치한 것 등의 변경들은 모두 막집의 본질을 존중하면서도 더일마 스토어에서의 경험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기 위한 의도였다. 역사를 보존하는 동시에 공간에 매장의 기능성을 더했다. 

 

오래된 더일마의 의류를 업사이클링한 안락의자에 앉아있는 해리 누리에프 ©THEILMA​

 

커피 라운지 

 

김: 거울을 흥미롭게 활용했다. 거울을 목조기둥 사이에 배치해 마치 기둥 사이로 공간이 이어진 것처럼 보인다. 공간의 깊이감을 더하면서도 유희적인 연출이다. 또 거울은 쇼룸에서 옷을 시착하고 비춰볼 수 있게 하는 기능적인 역할도 함께 수행한다. 다른 디자인 요소들도 단순 장식이 아니라 기능적으로 작용한다. 당신에게 ‘기능’은 무엇인가?

누리에프: 나에게 ‘기능’이란 단순한 ‘쓸모’를 넘어서 실용성과 정서적, 경험적인 깊이를 병합한 개념이다. 단순히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그치지 않고, 사물이 어떻게 공간과 상호작용하고, 주변 환경과 관계를 맺고,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지를 의미한다. 나는 일상적인 오브제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흐리게 만드는 등 전통적인 기능의 개념에 도전한다. 변형주의(Transformism) 철학을 통해 기능의 개념을 재해석함으로써 사고를 자극하고 감정을 불러일으켜, 전통적인 경험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디자인은 단순히 실용적인 것을 넘어 사람들이 몰입할 수 있고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 된다. 

 

김: 당신의 방식을 표현하는 변형주의가 무엇이고, 어떤 영역에까지 활용되는지 말해 달라. 

누리에프: 변형주의는 기존의 오브제들로부터 완전히 새롭고, 예측 불가능하며, 경계를 허무는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이다. 변화와 변형의 경험을 중요시하는 나의 작업 방식을 표현하기 위해 고안해낸 개념이다.

 

김: 크로스비 스튜디오는 지속가능성을 추구하지만, 강한 시각적 인상을 주기 때문에 인스타그래머블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다. 당신의 작업들은 시각적으로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번 더일마 스토어에서는 그 가치를 어떻게 추구했나?

누리에프: 더일마 스토어에서도 이전 작업의 상징이었던 강렬한 미학적 접근과 함께 지속가능성을 결합해 접근했다. 단순히 시각적으로 강렬한 공간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환경에 대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말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디자인 과정 내내 지속가능성을 최우선으로 두었고, 환경을 존중하면서도 더일마만의 정체성을 담을 수 있는 소재와 개념을 사용했다.

 

김: 더일마의 정체성을 어떤 재료와 개념을 통해 반영했나?

누리에프: 브랜드의 고유한 DNA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주는 재료를 선택했다. 오래된 더일마의 의류 조각들로 덧씌운 안락의자는 브랜드의 역사와 가치를 공간 속에 시각적으로 직조한 것이다. 또 카운터는 직물로 만든 재활용 타일을 사용해 만들었다. 외부로 드러난 벽면과 오래된 목재 등 기존 건축 구조의 거칠고 자연스러운 미감을 그대로 보존했는데, 불완전함과 진정성을 소중히 여기는 브랜드의 가치관을 반영한 것이다. 이런 요소들은 깔끔한 흰색 벽이나 금속 마감재 같은 현대적 요소들과 조화를 이룬다. 이는 더일마의 시대와 호흡하는 미니멀한 디자인 접근 방식에서 착안한 것이다.

 

창덕궁에서 영감을 받은 원형 개구부와 직물 재활용 타일로 만든 카운터가 있는 양옥 1층 내부 ©Chanwool Yoo​

 

벽의 원형 개구부 

 

김: 공간에 놓인 업사이클링 오브제에 쓰인 자동차 헤드라이트나 코트, 자켓, 양말 등은 어떤 경로를 통해 구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가구나 오브제라는 물성으로 만들어졌는지 말해 달라. 

누리에프: 오브제들의 재료인 중고 물품들은 주로 자동차 부품 시장이나 중고 상점에서 조달했다. 더일마 스토어에 들여온 모든 물품들은 저마다의 역사와 고유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데, 공간 전반적인 서사와 연결된다. 판매가 불가능한 중고 물품들을 선택함으로써 매장에 깊이 있는 여러 겹의 층을 더하며, 누군가 실제로 살았던 듯한 기억의 흔적으로 가득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었다. 

 

김: “한국의 문화, 유산, 전통건축 양식과 가구에서 영감을 받아 연결감, 평온함, 단순함이 느껴지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했는데, 이러한 영감들이 디자인에 어떻게 반영되었나?

누리에프: 예를 들어 벽에 만든 원형 개구부는 창덕궁 등 일부 한옥에서 볼 수 있는 원형 창호에서 직접적으로 영감을 받은 것으로, 공간 간의 조화와 흐름을 보여주려 했다. 좌석으로 사용되는 네모나고 높은 방석은 한국의 전통 방석에서 착안한 디자인이다. 바닥에 직접 두고 사용하는 방식으로 사람들 간의 유대감을 높이고 공동체적 분위기를 조성한다. 금속 옷걸이의 형태는 서울의 궁에서 볼 수 있는 전통적 받침대의 우아한 형상을 담고 있는데, 균형과 단순함에 중점을 두면서도 실용적으로 만들었다. 또 금속 재질의 접이식 파티션은 한국 예전 병풍을 현대적인 재료로 재해석한 것이다.

 

김: 당신은 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더일마 스토어에서는 가구의 붉은색과 은색, 거울의 은빛, 한옥 마당의 회백색 콘크리트 벤치와 오래된 목재의 색감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붉은색은 더일마 브랜드에서 영감을 받은 색상으로 알고 있는데, 색을 선택할 때 막집의 공간도 고려했는지 궁금하다. 이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색이 드러나길 원했나?

누리에프: 색상이 공간에 따스함과 세련미를 동시에 불어넣어 환영받는 듯한 느낌과 생동감을 주면서도, 더일마 스토어를 시대를 초월한 공간으로 만들어주기를 바랐다. 빨간색과 은색, 따뜻한 목재의 색과 콘크리트의 색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공간을 한층 끌어올리며, 전통에 기반을 두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주도록 했다. 또 각각의 색은 공간의 전체적인 서사를 구성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김: 이용객들이 무엇을 느끼고, 어떤 공간 경험을 하길 바랐는지 궁금하다. 

누리에프: 사람들에게 연결된 느낌과 고요함, 간결함을 전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방문객들이 공간을 경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성과 혁신,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디자인의 역할에 대한 폭넓은 담론에 참여하게 하고 싶었다.​
 

한옥 마당과 콘크리트 벤치 ©Chanwool Yoo 

 

병풍을 모티브로 한 접이식 파티션이 있는 양옥 2층 내부 ©Chanwool Yoo

월간 「SPACE(공간)」 690호(2025년 05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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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누리에프
해리 누리에프는 뉴욕과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이자 실내 건축가이다. 2014년 크로스비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발렌시아가, 구찌, 나이키, OMA, 리암 길릭 등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 아티스트와 협업 및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몰입형 환경, 예술 설치물, 공공 공간 및 오브제를 포함한 광범위한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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