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SPACE는 국내 최고의 건축 포털 매거진입니다. 회원가입을 하시면 보다 편리하게 정보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Login 회원가입
Naver 로그인


[에디토리얼] 기하, 재료, 구조, 공간: 반 시게루로 향하는 나선형 경로

김정은 편집장

「SPACE(공간)」 2024년 7월호 (통권 680호) 

기하, 재료, 구조, 공간: 반 시게루로 향하는 나선형 경로

 

지난해 10월, 반 시게루를 처음 만났다.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인사말을 고민하고 있는데, 그는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돌입했다. 한국에서 반 시게루의 첫 번째 작품집을 만들기로 했다. 책에 대한 생각은 명료했다. 학생들도 부담 없이 사 읽을 수 있도록 제작비를 줄이는 합리적인 방안을 제안했다. 실무적인 대화를 마치자 그는 배낭을 둘러매고 서둘러 공항으로 떠났다. 그를 태운 택시가 멀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소탈하고 실용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2014년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반 시게루가 선정되면서, 선정 경위를 발표하는 글에는 20년 동안 전 세계의 재해 발생 현장을 다니며 저렴하고 재활용 가능한 대피소와 커뮤니티 건물을 설계했던 인도주의적인 노력이 첫 번째로 언급됐다. 그는 1995년 고베 대지진 때 지관을 활용한 가설 주택 ‘종이 로그하우스’를 제안한 이래, 일본, 투르키에, 인도, 스리랑카, 중국, 아이티, 이탈리아, 뉴질랜드, 필리핀, 케냐 등지에서 구호 활동을 펼쳐왔다. 지금도 우크라이나에 병원을 짓기 위해 재원 마련부터 설계까지 물심양면으로 뛰고 있다. 재난 현장에서 활동하는 종이 건축가란 이미지 외에 반 시게루는 퐁피두 메츠 센터나 아스펜 미술관, 스와치/오메가 캠퍼스 등의 작업을 통해 목구조의 혁신에 천착하는 건축가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너무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오히려 그의 건축을 협소하게 이해했던 것은 아닌지, 반 시게루의 작업을 탐색한 지난 몇 달간의 여정은 기존의 오해를 거듭 깨닫는 과정이었다.

 

「SPACE(공간)」 7월호 프레임 ‘구축과 태도: 시게루 반 건축사사무소’는 시모세, 도요타시박물관, 해슬리 하프웨이 하우스, 이렇게 세 가지 근작을 소개한다. 이번 지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특히 두 가지 의문에 집중했다. 

 

첫째, 어떤 기준으로 재료와 구조를 선택하며, 그 결과 어떠한 공간을 추구하는지다. 반 시게루의 여러 작업을 일별해 보니 의외로 종이나 목재 외에도 다양한 재료가 쓰이고, 구조도 목구조뿐만 아니라 철골구조나 복합구조를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었다. 일례로 시모세 미술관의 입구동이나 도요타시박물관의 엔니치 공간에는 목제 기둥이 시원하게 솟아올라 장쾌한 환대의 공간을 만든다. 하지만 시모세 미술관에는 세토 내해의 섬들에서 영감을 얻은 이동식 전시실과 같은 아이디어 역시 빛나고, 해슬리 하프웨이 하우스에서는 마치 자연 속에 슬래브만 떠 있는 듯한 가벼운 건축을 철골구조로 구현했다. 

 

둘째, 각 재료의 구조적 성능과 구법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또 구조적 진화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다. 특히 이 부분은 목구조가 극히 제한적으로 쓰이는 한국 건축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보았다. 반 시게루가 한국에서 책을 출판하려는 이유를 언급하며, 사람들에게 자신의 구조적 개념을 이해시키고 싶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자료조사를 하면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반 시게루가 원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구조 엔지니어를 찾아다니며 구조실험을 하는 과정이었다. 특히 퐁피두 메츠 센터와 해슬리 나인브릿지 클럽하우스의 구조를 함께 풀었던 스위스 엔지니어 헤르만 블루머의 인터뷰를 보면, 유럽에서도 목구조의 가능성에 대해 이해받기 쉽지 않았고, 그 실험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이번 기획에는 시모세의 리셉션동에 사용된 목제 L형 앵글의 진화 과정이 소개된다. 철제에서 종이와 플라스틱 폐자재로, 또 이를 다시 목재에 적용하는 등 프로젝트마다 재료를 달리하고 성능을 높혀가며 구조를 개발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비평을 맡은 우동선(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은 반 시게루의 건축이 ‘기하학, 재료, 구조, 공간’의 방향을 따라 전개됐고, 그 궤적은 마치 동심원처럼 앞의 교훈을 포용하면서 넓어졌다고 해설한다. 재료와 구조의 탐구를 통해 명료한 기하학적 형태를 구현하고, 그를 통해 풍경의 일부가 되는 건축을 하는 것이다. 반 시게루에 대한 탐색은 계속 이어져, 더 자세한 내용은 올해 말 공간서가에서 발간될 그의 작품집에 담길 예정이다.

 

편집장 김정은


 

 

「SPACE(공간)」 2024년 7월호 (통권 680호) 목차

 

006 EDITORIAL

008 NEWS

 

024 PROJECT

카사 아티코 - 아틀리에 메테오 아르노네

Casa Attico – Atelier Matteo Arnone

 

034 PROJECT

하우스오브레퓨즈 - 서로아키텍츠

House of Refuge – Seoro Architects

 

044 FRAME

구축과 태도: 시게루 반 건축사사무소

Construction and Attitude: Shigeru Ban Architects

 

046 FRAME: INTERVIEW

재료와 구법, 건축의 진화_ 반 시게루 × 김정은, 방유경

Materials and Construction Methods, the Evolution of Architecture_ Ban Shigeru × Kim Jeoungeun, Bang Yukyung

 

054 FRAME: PROJECT

시모세

SIMOSE

 

064 FRAME: PROJECT

도요타시박물관

Toyota City Museum

 

070 FRAME: PROJECT

해슬리 하프웨이 하우스

Haesley Halfway House

 

074 FRAME: CRITIQUE

정체성, 철학, 태도, 의지_ 우동선

Identity, Philosophy, Attitude, Willing_ Woo Don-Son

 

082 REPORT

베트남에 새로운 경험 공간을 제공하는 복합상업시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_ 김준영, 이명진, 윤하용, 김두현, 그레고리 코박스 × 윤예림

The Urban Entertainment Centre Offering New Experiential Spaces in Vietnam: LOTTE MALL Westlake Hanoi_ Kim Junyoung, Lee Myungjin, Yoon Hayong, Kim Doohyun, Gregory Kovacs × Youn Yaelim

 

096 REPORT

공동체에 관한 보이지 않는 이야기: 2024 서펜타인 파빌리온 ‘군도의 여백’_ 김정은

An Invisible Story About Community: Serpentine Pavilion 2024 Archipelagic Void_ Kim Jeoungeun

 

102 REPORT

보화각 도면과 박길룡 건축: 일제강점기 건축 생산방식 탐구_ 정인하

The Bohwagak Drawings and Park Kilyong’s Architecture: Exploring the Architectural Production System of the Japanese Colonial Period_ Inha Jung

 

110 LIFE

조경과 건축이 서로를 공유하는: 베케_ 김봉찬, 이창규, 강정윤, 최정화 × 박지윤

Intertwining Landscape Architecture and Architecture: Veke_ Kim Bongchan, Lee Changkyu, Kang Jungyoon, Choi Jeonghwa × Park Jiyoun

 

118 RELAY INTERVIEW: I AM AN ARCHITECT

매일의 삶을 담는_ 김혜민, 조영우 × 김보경

Embracing Daily Life_ Kim Hyemin, Cho Youngwoo × Kim Bokyoung

 

124 SERIES: The Possibilities Inherent in Extinction, Mid-Size City Forum 03

도시 천공_ 이장환, 이상현

Urban Perforation_ Lee Janghwan, Lee Sanghyun

월간 「SPACE(공간)」 680호(2024년 07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 VMSPA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