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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지구의 건강한 공존: 생태환경미학의 가능성

사진
윤준환(별도표기 외)
진행
김정은, 한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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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공간)」 2023년 10월호 (통권 6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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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숨쉬는 폴리’ 일조 분석 다이어그램(하지), (아래) ‘숨쉬는 폴리’ 일조 분석 다이어그램(동지) ©Lee Byeongho

 

지구의 시름, 기후윤리, 그리고 건축

 

이주석: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는 재택근무를 확산시키며 집에 대한 개념을 바꾸는 계기였다. 주택 보수나 신축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팬데믹으로 예상했던 경제 침체와 달리 목재 가격은 세 배까지 폭등했다. 팬데믹 이후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 무렵부터는 산불이 점차 큰 규모로, 또 더 잦아지고 있다. 올여름 캐나다에서는 최소 1천 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그중 50%는 진화를 포기하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요즘에는 기후위기가 남 일이 아니라 나에게 현실로 다가왔음을 체감한다.

 

조남호: 코로나19 상황을 지나면서 기후문제는 사회 전체의 중심 과제가 됐다. 건설 분야에 몸담은 나로서는 환경문제가 어떻게 하면 건축의 중심 개념이 될 수 있나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윤리 의식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지만 건축에서 기후윤리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그 방법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근대 이전의 건축은 자연에 순응하는 건축이었고, 친환경적인 건축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근대 이후의 건축은 사람 위주로 전개되면서 자연과의 관계가 단절됐다고 볼 수 있다. 백진(서울대학교 교수)은 그의 저서 『건축과 기후윤리』에서 본래 풍토는 기본적으로 지역을 기반으로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 풍토는 지역성을 넘어서는 개념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에 대해 스스로 질문해왔고 최근 이병호와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기술’이라는 해답을 떠올렸다. 근대 산업사회는 기술을 통해 많은 걸 이뤄온 한편 환경을 훼손해 왔다. 이제는 자연과 사람과의 관계를 재조정하는 매개체로 새로운 기술이 건축 안으로 들어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연과의 관계를 재조정하는 기술들: 목재 루버 태양광 패널, 쿨튜브, 셀룰로오스 단열재

 

이병호: 어느 날 조남호로부터 광주에서 ‘숨쉬는 폴리’(2023)를 작업하는데 살펴봐 달라며 전화가 왔다. ‘숨 쉬는’이라는 표현은 특히 목조건축에서 종종 언급되지만 대부분 현실화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조남호의 제안에 건축을 정말 숨 쉬게 만들어보고자 하는 의지가 생겼다. 

그런 의미로 최초 계획에는 없던 태양광 패널을 조남호에게 제안했다. ‘숨쉬는 폴리’에서 이 시도의 의의는 목구조와 태양광 패널을 결합함에 있다. 미래에 제로에너지 건축은 최소한 기본이기에 태양광 패널을 필수적으로 적용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기성 금속제품의 패널을 설치하기보다 태양광 전문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국내 최초로 목재 루버 형태로 만들어 목구조인 폴리와 일체화했다. 그리고 계획 초기 단계에서 3차원 시뮬레이션으로 일조를 분석해 폴리 형태에 최적화된 패널 배치를 구현했다. 

사실 조남호가 나에게 연락해온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쿨튜브였다. 에어컨 대신 지하에 묻은 관을 통해 지열로 어느 정도 자연형 냉난방을 하겠다는 의도다. 지하 2m 이하는 지상 기온과 관계없이 연중 13~21도를 유지하는데, 이 원리를 알고 있어도 건축에 적용하기는 참 어렵다. 따뜻한 공기가 지하로 내려가서 차가워지는 순간 결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습한 공기가 건물로 그대로 공급되면 곰팡이 혹은 그보다 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벌어질 수 있다. 또한 쿨튜브의 적정 성능을 달성하려면 매설해야 하는 관의 길이와 깊이도 만만치 않다. 특히 도시에서는 한정된 면적 등으로 이 조건이 갖춰지기가 쉽지 않은데, 그럼에도 이번 폴리에서는 조남호와 내가 최대한 부지 특성을 살려서 시도해보고자 했다. 관련 논문과 기존의 설치 사례를 참조했을 때 이상적으로 약 100m의 쿨튜브 길이가 필요했으나 현지 여건상 50m 정도로 설치됐다. 결로 방지를 위해 설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저속 팬을 설치하고, 폴리의 타워로 인한 연돌 효과로 자연 환기 확보와 함께 쿨튜브 내 습기를 제거했고, 팬과 LED 조명 등에 필요한 전력은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 설치를 통해 제로에너지를 달성했다. 쿨튜브 계획 시 우리 목표는 여름철 기준 최소 5도 정도의 실내외 온도 차이였다. 광주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지난 8월 18일, 실외 쿨튜브의 유입구 온도는 32도, 실내 측 유출구 온도는 27도로 측정됐다. 여름철 쾌적온도인 26도보다 살짝 높지만 계획했던 목표를 달성했음을 확인했다. 물론 준공 이후 장기간에 걸친 검증이 필요하기는 하다.

벽체는 투습에 신경 써 건물이 대기와 관계를 맺도록 했다. 목구조 자체의 투습성이나 목조주택에서 주로 적용하는 가변형 투습방습지를 이용하되, 단열재는 목조주택에서 일반적으로 채택하는 수성 연질 폴리우레탄폼(이하 수성연질폼) 대신 셀룰로오스 단열재를 사용했다. 이 자재는 미국에서 상용화된 반면 국내에서는 그렇지 못한 편이다. 폐지를 재활용한 단열재로 그 자체의 투습성이 뛰어나고, 셀룰로오스의 섬유질을 고밀도로 압축해 수성연질폼에 준하는 단열 성능을 갖췄다. 안타깝게도 ‘숨 쉬는 건축’이라 불렀던 건물 중에서 목재와 투습방습지를 썼다 하더라도 그 가운데에 수성연질폼 등 합성유기화합물을 시공한 건물은 자연과 단절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수성이 독성이 없기에 대다수가 친환경으로 인식하지만 친환경은 굉장히 폭이 넓다. 종전의 친환경이 에너지와 무독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었다면 이제는 건축의 모든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단열 성능이 좋은 압출 발포스틸렌계 단열재(XPS)는 발포 시 냉매가스로도 쓰이는 수소불화탄소류가 들어가는데, 이들의 지구온난화지수(GWP)는 이산화탄소 GWP의 수백 내지 수천 배에 달한다.

 

 

‘숨쉬는 폴리’ 쿨튜브 시공 모습​ ©Lee Byeongho​ 

 

전 과정평가와 자재·건축·건설 산업의 숙제

 

이병호: ‘숨쉬는 폴리’는 작은 규모지만 ‘요람에서 무덤(cradle to grave)’까지의 환경 영향을 포함하는 전 과정평가를 선도해 보여주고자 했다. 건축물에 대한 전 과정평가는 2008년부터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제정한 방법론에 따라 산출하며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일반화됐다. 반면 한국은 제도적으로 녹색건축인증 항목으로 명시돼 있으나 아직 일반화되지 않고 있다. 최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제정됐으며 이에 따라 건축물에서 탄소중립의 기저는 건축자재의 생산부터 시공, 건축물의 사용과 폐기에 이르는 온실가스 배출량 등 전 과정평가를 전제로 해야 한다.

‘숨쉬는 폴리’의 전 과정평가는 자연스럽게 목조건축의 친환경 가치를 정량적으로 밝히기도 한다. 나무가 조림-벌채-가공을 거쳐 제재목이 되고, 목재 공장에서 시공 회사로 운반돼 조립되고, 300km 이상 떨어진 광주까지 이송해 현장에서 시공된 후 폴리로 30년간 운영되고, 해체돼서 재활용되거나 처리되기까지 단계별로 탄소발자국에 해당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수치화했다. 다만 전 과정평가 시 건물 수명을 30년으로 계산한 이유는 ‘숨쉬는 폴리’의 탄소발자국을 경량목구조 주택이나 철근콘크리트조 공동주택과 비교하기 위해 타 연구의 건물 수명에 맞춘 결과다. 계산을 해보니 폴리와 경량목구조 주택의 단위면적당 탄소발자국은 약 6.7배, 폴리와 철근콘크리트조 공동주택의 단위면적당 탄소발자국은 대략 8.6배 정도 차이가 난다. 물론 폴리가 제로에너지 건물로 계획돼 운영 단계에서 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낮지만, 자재 생산 단계에서의 격차를 살펴보면 같은 목재를 사용한 경량목구조 주택과는 1.1배로 비슷하나 철근콘크리트조 공동주택은 2.3배에 달할 정도로 크다. 철근콘크리트조 공동주택의 자재 생산 단계에서의 탄소발자국이 큰 요인은 레미콘을 제조할 때 필요한 시멘트, 철근 등 원자재 생산 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것이 주 원인으로 보인다. 그리고 ISO의 방법론에 따라 목재가 저장하는 바이오탄소량이 전 과정평가 계산에서 배제됐기에, 목조건물이 배출하는 탄소발자국에서 바이오탄소량을 공제한다면 철근콘크리트조 건물과의 격차는 더 커지리라 판단된다.

 

조남호: 사실 다른 산업에서도 전 과정평가를 활용하는데, 건설 분야는 데이터나 체계의 부실함 때문에 적용에 한계가 있다.

 

이병호: 전 과정평가는 건축자재의 생산 단계에서부터 시작하는 만큼 자재 생산 시에 배출되는 탄소량도 파악해야 한다. 한국은 이를 위해 환경성적표지(EPD) 제도를 마련했으나 건축물 분야에서는 소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유럽은 벌써 전 과정평가가 일반화돼 일부 제품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량적으로 알 수 있는 EPD 보고서도 의무 제출해야 한다. EPD 같은 자재 데이터가 있으면 전 과정평가를 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일례로 ‘숨쉬는 폴리’에 사용한 독일의 슈코(Schüco)사 창호는 주문제작일 경우 ‘SchüCal’이라는 전용프로그램을 통해 EPD 보고서를 간단하게 만들 수 있어 그 정보를 전 과정평가에 반영하기만 하면 됐다. 만약 국내 알루미늄 창호를 썼다면 관련 논문이나 연구 자료를 찾으며 비슷한 데이터라도 구했어야 했을 것이고 이 과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한다. 시공 단계에서도 수피아건축에서 시공기기별 에너지사용량 등 탄소 배출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 하지만 안타깝게 아직 한국은 그러한 인프라가 없다. 대신 폴리가 일반 목조주택보다 시공이 어려웠다는 점을 고려해 탄소 배출량을 목조주택의 1.3배라고 가정했다.

 

조남호: 전 과정평가는 결국 건축·건설 산업의 스마트화를 기반으로 한다. 어떤 자재를 썼느냐 하는 문제도 있지만 자재를 효율적으로 쓰는 방식, 재료 공법에 따르는 인력 수요 등도 순환경제 구조 전체와 연결되는 요소들이다. 산업이 스마트화되기 위해서는 콘크리트 위주 건설 문화에서 건식 공법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또 그에 적합한 자재로 대체돼야 한다. 기후위기의 상황에서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대응이 필요하지만 선례로 보건대 건축 분야에서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목조건축 분야에서 기술체계나 제도, 시스템을 다져온 주체는 건축·건설이 아닌 임산공학 분야였다. 이제는 우리도 이 부분에 대해 교육과 연구에 참여해 임산공학 분야가 이뤄온 성과와 연계해 성장해가야 하지 않을까?

 

목조건축에 높아지는 관심과 상대적으로 미비한 뒷받침 

 

이주석: 교토의정서 발효와 2050 탄소중립 선언 등으로 목조건축을 지을 때 국산재를 사용해야만 탄소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목재를 수출하는 행위에도 에너지가 많이 소모돼 탄소중립에 방해 요소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는 자국 내 목재 사용률이 높은 반면, 한국에서 사용되는 목재는 80%가 외산이고 나머지 20%가 국산인데 그중에서 건축에 쓰는 비율은 10%도 안 된다. 한국의 목재 산업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산림은 많지만 건축에 쓸 만한 나무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악산이 많다 보니 벌채도 쉽지 않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현재 건축계의 관심만큼 국산재를 사용해 모든 걸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조림할 땅은 있고 앞으로 기술도 좋아질 테니 장기적 안목으로 산림 정책에 투자한다면 전망은 좋은 편이다.

 

배형민: ‘숨쉬는 폴리’에서도 순환경제라는 이번 광주폴리의 주제에 맞춰 지역 자재인 장성군의 편백나무를 이용하고자 했다. 그러나 구조재로서 부적합해 내부에 일부 적용하는 것에 그쳤다. 앞서 이주석이 말했듯 현재 우리나라의 산림 환경이 목재 산업을 이끌기에 부족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의 개선 없이 제도적으로만 목재 사용을 권장한다면 목재를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산림 정책과 건설 산업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산 원목을 구조재로 못 쓴다면 글루램(구조용 집성재)과 같은 공학목재 쪽으로 산업 전략을 세우는 등, 이러한 준비 없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

 

이주석: 목조건축에 대한 관심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그에 비해 산업 구조만이 아니라 법규체계도 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이율배반적인 측면도 나타난다. 목조건축 설계자, 기술자 등도 과거보다 두세 단계를 뛰어넘어 국산재로 고급 기술의 건축을 구현하려다 보니 여기서 또 충돌이 일어난다. 탄소중립도 중요하지만 일단 외산재를 쓰더라도 목조건축에 대한 기술이 향상된 상태에서 그다음 단계로 국산재 응용을 고려해봐야 하는데, 현재 목조건축에 대한 관심이 가속도가 붙었고 요구하는 수준도 굉장히 높아졌다. 개인적으로는 미비한 상태에서 맞이한 급격한 발달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도 든다.

 

건축 유형별 전 과정평가 단위면적당 비교표 ©Lee Byeongho​ 

 

목조건축의 기술체계를 만들어가는

 

조남호: 목조건축은 임산공학 분야가 열고 경민산업이나 수피아건축 같은 회사가 기술체계를 만들어왔다. 점차 다층적인 대공간의 목조건축을 할 기회는 늘어나는데 건축 분야에는 축적된 지식이 없다. 결국 이 회사들이 기술, 구조적 판단, 심지어 디테일 디자인까지 모든 걸 지원하고 있다. 공장에서 사전 제작된 구조체를 현장에서 조립하다 보니 완성도가 높아 현장에 가는 빈도수도 절반으로 줄었다. 일반 건설 현장이 열악한 이유는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목조건축은 건축 요소가 공장에서 제작되고 현장에서 결합되며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장에서 3차원 작업과 시공상세도면이 그려지며, 만일 시공 시 문제가 생긴다면 나에게 즉시 알려주기도 하지만 대개 해결 방법도 이 회사들이 알고 있다. 이들은 건축 안에서 타 협력 분야도 이렇게 일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수피아건축 같은 목조 시공회사들은 꽤 높은 수준의 디자인, 엔지니어링 등 복합적인 서비스를 하는 건데 말이다.

‘에코로지컬 매트릭스; 숨쉬는 그물’(2023, 이하 ‘숨쉬는 그물’)을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다. ‘숨쉬는 그물’은 외부 구조물이기에 구조 자체가 외부마감이 되는 형식이다. 마감재가 구조 성능을 갖춰야 해서 ‘숨쉬는 폴리’처럼 탄화목을 쓸 수 없었다. 여러 방법을 고민한 결과 최종적으로 나무를 많이 건조시켜 물의 침투를 방지하고자 했다. 구조용 목재는 19% 정도의 함수율을 유지하는 반면 ‘숨쉬는 그물’에서는 12% 정도로 떨어뜨렸다. 이 정도 규모에서 구조재에 방부목을 쓰지 않은 사례가 국내 최초라고 알고 있다. 주목할 점은 12%라는 함수율이 근거나 법적 규정이 있어서 도출된 게 아니라, 그동안 쌓인 목재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경험에 따른 내밀한 판단이었다는 점이다. 

 

이주석: 방부목은 약품 처리를 통해 목재를 부후시키지 않는 한편, 열처리목재는 방부제를 더하지 않고도 함수율을 떨어뜨려서 내구성을 유지한다. ‘숨쉬는 그물’의 목재는 열처리목재와 일반 방부목의 중간 정도로 건조시켜 내구성을 높였다.

유지 보수를 고려한 디테일을 제안하기도 했다. 목조건축은 빗물이 튀어 상할 수 있기에 지면에서 60cm 정도 띄울 것을 권고한다. 추후 ‘숨쉬는 그물’ 역시 아랫부분에서 분명히 하자가 일어나겠다고 짐작했다. 따라서 지면 위 어느 정도 위치까지는 상태가 열악해지면 교체할 수 있게 분리가 용이한 디테일을 고안했다. 밑면에 이상이 생겼는데 전체를 손대기가 어렵지 않나.

 

이병호: 콘크리트와 같이 무거운 건축 대비 목재 위주의 가벼운 건축은 쉽게 다룰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콘크리트는 시공 중이든 시공 후든 골조에 하자가 발견되면 철거 후 다시 짓는 방법밖에 없다. 재시공을 한다면 구조적 측면에서는 좋아지겠지만 환경적 측면에서 보면 엄청난 재해다. 하지만 목조는 언제든 시행착오가 생기면 대부분이 바로 교체가 가능하다. 건축물의 지속 가능한 사용이라는 측면에서도 미국이나 캐나다에는 100년 이상 된 목조주택이 흔한데, 그동안 건물을 그대로 써온 게 아니라 거주자가 유지 보수를 해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부분의 목조건축은 부분적 교체가 가능하고 가볍기 때문에 중장비의 도움을 많이 받지 않고 인력으로 가능하다. 대형 건설회사를 거치지 않고 일반인 스스로 혹은 지역 업자를 통해 유지 보수를 할 수 있는 수준은 재료와 공법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목조건축은 환경적 순환성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도 지역 경제 중심의 순환을 이끌어낸다.

 

‘숨쉬는 폴리’ 이동 모습 Image courtesy of Soltozibin Architects


환경 그 이상의 지속 가능을 위해

 

배형민: 19세기와 20세기의 근대혁명 이후 불과 150년 만에 또 다른 전환기를 맞았다.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건축계는 탐색과 실험을 해야 한다. 하지만 건축과 건설 분야는 현실에서의 실험이 거의 불가능하다. 젊은 사람은 경험이 부족하고 기성세대는 기존의 체제에 익숙하기 때문에 변화가 쉽지 않다. 한국은 대부분 탄소중립을 관료적 기준만 맞추면 된다는 식의 숫자 맞추기에 급급하다. 내 건물에서뿐만 아니라 전체 도시와 지역에서 어떻게 지속가능성이 실현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재료와 구법의 선택은 물론, 건축 볼륨과 개구부의 구성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 한 생애에서 근대를 추구하다가 근대를 반성해야 하는 도전기다.

 

조남호: 미래를 위해 에너지를 적게 쓰고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방법도 있지만, 건물의 생명력을 길게하는 방법도 지속 가능한 건축을 위한 항목이다. 미래의 다양한 쓰임에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하는 건축의 중성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맥스시스템 사옥(2023)에도 이러한 의도가 깔려 있다. 훗날 자율주행이 활성화되고 주차장에 대한 사용 방식이 변할 때 기존의 주차장은 어떻게 사용될까? 지하보다는 지상에 있는 주차장이 보다 더 쾌적하게 다른 용도로 변환될 가능성을 갖는다. 이맥스시스템 사옥 주차장은 지상 3~5층에 계획해 사무실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지하 개발을 최소화하며 경제성까지 챙길 수 있었다.

최근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설계공모에 당선돼 베트남 꽝찌성에 장애인 종합재활센터(본지 16쪽 참고)를 설계 중이다. 한국과 다른 설계 조건을 보면서 새롭고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 베트남 건축은 대부분 지붕만 단열하고 벽은 단열과 기밀을 하지 않아 그야말로 ‘숨 쉬는 건축’이다. 건물 배치와 형태를 구상하고 창과 외벽 디테일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햇빛, 바람, 습기 등과 같은 환경 요소를 다루는 문제가 건축의 중심이 된다. 환경과 관련한 기술이 도구적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건축 원리의 중심으로 들어오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베트남 건축에서는 일상이었다. 물론 베트남의 건축 원리를 한국 상황에 직접 적용할 수는 없다. 대신 건축물의 내부와 외부를 동시에 존중하는 건축 방식, 즉 내부의 쾌적함과 외부 환경에 부담을 줄이는 새로운 기술이 건축의 원리와 통합되는 지점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실천하고자 한다.​ (진행 김정은 편집장, 한가람 기자) 

 

 

 

 

‘숨쉬는 폴리’ 

 

월간 「SPACE(공간)」 671호(2023년 10월호) 지면에서 더 많은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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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형민
배형민은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두 차례 풀브라이트 스콜라를 지냈다. 대표 저서로 『포트폴리오와 다이어그램』(MIT Press), 『한국건축개념사전』, 『의심이 힘이다: 배형민과 최문규의 건축대화』, 『감각의 단면 ‐ 승효상의 건축』, 『아모레퍼시픽의 건축』, 『공유 도시: 현장 서울』 등이 있다. 두 차례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2014년 최고영예의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총감독을 지냈으며 순환경제를 주제로 현재 제5차 광주폴리 총감독을 맡고 있다. 2021년 기후변화를 주제로 기획한 서울시립미술관의 〈기후미술관〉 전시는 창의적인 전시 디자인으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이병호
이병호는 한국부동산원 건축물관리지원센터 실장이자 녹색건축연구소 연구원이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건축에서 설계를 시작했다. 2002년 미국 일리노이 공과대학교에서 지속 가능한 건축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이후 친환경 관련 건축 설계 및 연구소, 건축자재 시험인증기관 근무 등을 거쳐 현재 녹색건축과 지속 가능한 건축물 관리계획에 대한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주석
이주석은 대한민국 목조건축에 대한 컨설팅과 제작·시공을 선도하는 수피아건축의 대표다. 충남대학교 임산공학과에서 목재와 목조건축에 대한 배움을 얻었고 인천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공공 목조건축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조남호
조남호는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의 대표다. 서울시립대학교와 서울대학교에 출강하는 등 건축가이자 교육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지속하며 건축과 사회의 관계를 고민해왔다. 그가 이끄는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는 역사의 선례에서 지혜를 얻고, 새로운 유형의 건축을 만드는 집단으로 정착해가고 있다. 서울시 건축정책위원, 한국건축가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했으며,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 한국건축가협회 작품상(5회), 서울시건축상 최우수상, 아카시아건축상 골드메달, 교보생명환경문화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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