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2년 12월호 (통권 661호)
발견, 혹은 반전의 여정
정웅식은 자신의 건축을 설명하는 데 서툰 편이다. 그 말인즉 그를 제대로 알아보는 데 시간이 걸렸다는 이야기다. 혹은 정웅식의 건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련한 인터뷰어가 되어 그가 드문드문 내놓는 퍼즐 조각을 맞춰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SPACE(공간)」는 623호에 온건축사사무소의 닫힌집, 열린집(2019)을 수록했고, 그다음 해인 2020년 정웅식이 젊은건축가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울산에서 건실하게 작업하는 건축가란 세평도 접했다. 기대감을 안고 마련한 이번 호 프레임을 위한 첫 번째 회의. 정웅식은 백지에 달랑 세 줄의 키워드를 적어왔다. ‘시간의 흔적이 만든 감성’, ‘투박한 균형’, ‘예측 불가능한 미학’. 그의 느릿한 말투와는 어울렸지만, 논스페이스(2021)나 미므미므(2021)에서 보이는 기하학의 강렬함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 더욱 이번 기획을 진행하는 내내 정웅식에게서 반전과 놀라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2009년 자신의 사무실을 시작했으나 “가도면도 그리지 않고, 허가방도 안 하고 싶었”던 정웅식은 3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매체에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시티플라워(2012)는 그가 다시 힘을 얻는 계기가 되었고, 2013년 울산 울주군 “어느 시골 마을 깊숙한 곳에서” 온건축이란 이름으로 다시 시작한다. 온건축사사무소는 말 그대로 시골 마을의 들판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었다. 차가 들어갈 수 있을까 싶은 꼬부라진 골목길을 돌아 그가 손수 블록을 쌓아 올렸다는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우리 일행은 그를 찾는 클라이언트는 아마도 이미 그 골목길에서 범상치 않은 건축가를 만난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될 것이라는 농담을 나눴다. 인터뷰이인 정웅식에게 느끼는 조급함을 그의 클라이언트는 느끼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이번에 소개하는 카페 겸 문화공간 논스페이스, 카페 시오스(2020), 스테이 미므미므 모두 그가 기획이나 운영에 관여했다. 정웅식은 우연이라고 했지만, 오토캠핑장을 만들겠다고 찾아온 클라이언트에게 스테이를 지을 것을 설득하고, 논 한복판에 자리한 대형 카페의 전시기획을 하는 그에게서는 유능한 기획자의 면모가 느껴진다. 요즘 한국의 건축가들은 뮤지엄이나 도서관이 아니라 카페나 스테이로 건축을 한다는 말이 있다. 특히 전국 각지에서 날로 대형화되는 카페는 강렬한 형태적 제스처로 경쟁하고, SNS의 사진으로 소비되는 것이 최근 경향이기도 하다. 정웅식 역시 이러한 현상을 잘 이해하고 있다. 비평을 맡은 민현준의 표현을 빌리자면, “건축의 본질적인 개념적 공간을 일회성의 프라이빗 스테이와 같은 소비자 중심의 상업 공간에 적용해 실현하는 기획 능력과 공사비가 부족한 건축주를 설득하여 외벽이 많은 건축물을 완성하고야 마는 실행 능력”을 갖추고 “자율적인 건축”을 실험한다. 정웅식 본인은 건축물이 놓이는 맥락에서 아이디어가 시작됐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칭적, 격자형 구성을 통해 맥락과 용도에서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 공간은 통상적인 비율이나 크기, 동선과 구조에서 벗어나며 정웅식의 표현을 따르면 “투박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울산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정웅식은 서울의 건축계가 어찌 돌아가는지 잘 모른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그러나 오히려 그러한 거리감이 그만의 건축 세계를 구축하는 방법이었는지도 모른다. 동시에 이미 그의 작업 반경은 수도권으로 확장되고 있으니, 이제 그의 건축을 지역적 특수성으로 설명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편집장 김정은
바로잡습니다.
「SPACE(공간)」 660호(2022년 11월호) 10쪽에 게재된 ‘일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공간: 씨앤에이아이 서초사옥’에서 하단 맨 오른쪽 사진의 크레딧이 누락됐습니다. 씨앤에이아이(CNAI)에서 제공받은 사진임을 밝힙니다.
「SPACE(공간)」 2022년 12월호 (통권 661호) 목차
004 EDITORIAL
006 NEWS
016 PROJECT
캄풍 인 하우스 ‐ 이스마일 솔레후딘 아키텍처
Kampoong In House ‒ Ismail Solehudin Architecture
024 PROJECT
믹스트 하우스 ‐ 아크스튜디오
Mixed House ‒ ARCHSTUDIO
034 PROJECT
호지 ‐ 에이오에이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HOJI ‒ aoa architects
046 PROJECT
신라천년서고 ‐ 김현대 + 텍토닉스랩 건축사사무소
Shilla Millenium Archive ‒ Kim Hyundai + Tectonics Lab
054 PROJECT
조이트로프 ‐ CIID
Zoetrope ‒ CIID
062 PROJECT
에이빌딩 ‐ 건축사사무소오드투에이
A Building ‒ ODETO.A
068 FRAME
보편적 어휘―특징적 건축: 온건축사사무소
Universal Vocabulary—Distinctive Architecture: On architects
070 FRAME: CRITIQUE
밀폐된 자율의 세계_ 민현준
A Hermetic Autonomous World_ Mihn Hyunjun
076 FRAME: PROJECT
논스페이스
NONSPACE
084 FRAME: PROJECT
시오스
C5S
090 FRAME: PROJECT
미므미므
Mimmim
096 FRAME: ESSAY
숙성 건축 ‐ 시간의 깊이_ 정웅식
A Mature Architecture ‒ The Depth of Time_ Jung Woongsik
102 REPORT
건축, 자연, 문화의 중개자: H&P 아키텍츠_ 한가람
Mediating Between Architecture, Nature and Culture: H&P Architects_ Han Garam
108 REPORT
식량과 자원순환의 연결고리: 2022 탈린건축비엔날레_ 리디아 칼리폴리티, 아레티 마코폴루, 라울 야르크 × 방유경
The Link Between the Edible and the Circulation of Resources: Tallinn Architecture Biennale 2022_ Lydia Kallipoliti, Areti Markopoulou, Raul Järg × Bang Yukyung
114 REPORT
도시 서울의 정체성을 찾아서: 『서울 어바니즘』_ 이상헌 × 방유경
Searching for Seoul’s Identity as a City: Seoul Urbanism_ Sanghun Lee × Bang Yukyung
118 RELAY INTERVIEW: I AM AN ARCHITECT
나의 공간으로 증명하는_ 방기애, 엄태규 × 박지윤
Proven in Our Spaces_ Bang Giae, Eom Taegyu × Park Jiyoun
124 SERIES: RE-VISIT SPACE 24
박용숙의 ‘관념예술’: 민족주의와 모더니즘 사이에서_ 신정훈
The ‘Ideological Art’ of Park Yongsook: Between Nationalism and Modernism_ Shin Chunghoon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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