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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과 건축] 쾌적한 열환경을 위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가?​

방유경 기자
진행
방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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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지구에 살지만 지구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일부였고, 인간의 삶이 점점 편리해지는 사이에 자연은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우리 모두는 기후변화, 기후위기, 기후재난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시대의 과제를 공동으로 껴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사소한 습관들을 들여다보고,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에 질문하기도 한다. ‘이 행위가 환경을 위협하지는 않는가?’ 그러면 지금까지 우리의 삶을 인간답게, 나아가 보다 풍요롭게 만든 건축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물어야 하며, 어떤 실천을 이어가야 할까? 「SPACE(공간)」는 건축이 생성되고 유지되고, 소멸되기까지의 생애를 기후재난의 자리에서 질문해보고, 그에 따른 몇몇 시도들을 엿보고자 한다. 


STEP 2: 운영되고 유지될 때 ​
질문 1: 쾌적한 열환경을 위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가?​​
질문 2: 친환경 인증제도라는 댐은 잘 작동하고 있는가?​​
질문 3: 건물 내 식물은 도시의 허파가 될 수 있는가?​

 

 

지하 주차장에 설치된 지열 패널(GEOEG+에너드레이프) / Image courtesy of GEOEG


 

탄소=에너지

탄소저감, 탄소중립을 위해 건축물이 내뿜는 탄소를 줄이기 위한 많은 대책이 개발, 도입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건축물은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소비량 가운데 약 23%를,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가운데 약 42%를 차지한다. 그리고 이 가운데 70% 이상이 운영・유지 단계에서 발생한다. 건축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인 전과정평가를 보면, 건물이 살아있는 동안 구체적으로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탄소를 발생시키는지 가늠할 수 있다. 운영・유지 단계의 이산화탄소 측정 항목은 크게 냉방, 난방(급탕), 조리, 전열로 구분된다. 이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기준은 바로 에너지 사용량이다. 도시가스, 지역난방, 전기 등의 사용량을 근거로 에너지원별 탄소배출량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곧 건물이 제 역할을 하는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곧 에너지 사용량과 비례함을 뜻한다. 제로에너지빌딩, 에너지효율등급제, 건축물친환경인증 등 공공과 민간에서 시행되는 많은 인증 및 평가 제도 역시 에너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결국 건축물의 운영・유지 단계에서 탄소중립의 방향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에너지원 자체를 화석연료가 아닌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에너지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에너지원의 대체

신재생에너지는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의 합성어다. 전자가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해 이용하거나 수소, 산소 등의 화학반응을 통하여 에너지를 얻는다면, 후자는 햇빛, 물, 지열, 강수, 생물유기체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해 에너지를 얻는다. 수소에너지, 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화 등이 전자에 속하고, 태양광, 태양열, 풍력, 수력, 해양, 지열, 바이오, 폐기물은 재생에너지에 속한다. 지난 9월 15일 개막한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 흥미로운 프로젝트 하나가 소개됐다. GEOEG와 에너드레이프(Enerdrape)가 공동으로 선보인 ‘시카고: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개입’이다. 이들은 “시카고의 혹독한 기후와 막대한 건물 에너지 소비를 상쇄하기 위해 기존의 지하 환경을 에너지를 위한 지형 구조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별도의 지하 굴착 없이 시카고 지하에 있는 기존 터널 중 280km 길이의 구간과 기타 구조물을 활용해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고 지상과 지하에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솔루션을 제안한 것이다. 혁신적인 접지 접촉 구조, 파이프를 통해 날씨와 장소에 영향을 받지 않고 유체가 순환하여 건물의 냉난방을 위해 지속적으로 지하와 열교환이 가능한 이 방식을 설명하며 그들은 “지하 에너지 회복력의 미래”라고 표현한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인 GEOEG는 시카고를 비롯해 서울, 브뤼셀, 로잔 등 도시의 지상・지하 공간의 에너지 지리 구조를 분석하여 최적화된 지열에너지 시스템을 제안하는 솔루션을 진행해왔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소개된 시카고 프로젝트는 낮은 깊이에서 조립식 지열 패널을 설치해 에너지를 포집하는 기술을 개발한 에너드레이프와 협력한 솔루션이다. 스위스 로잔 연방 공과대학교의 청정기술 스핀오프인 에너드레이프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지하 주차장, 지하철역 등 기존의 지하 공간에 손쉽게 시공할 수 있는 방식을 제안한다.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지만, 에너지원을 대체하는 일은 이미 진행 중인, 예견된 미래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간과되는 문제가 있다. 이런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하는 과정에도 탄소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자재 생산과 운반에 탄소발자국이 발생하듯, 태양열 및 태양광 전지 패널을 생산, 운반, 설치하는 데에도 탄소가 발생한다. 디지털 기술과 최첨단 공법을 도입해 만든 자재와 시스템을 가동하고 유지하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궁극적으로 에너지원 대체가 아니라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시카고: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개입’ Image courtesy of GEOEG

 


도시 미기후와 탄소

건축물에서 에너지가 많이 사용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건축물의 전과정평가로 돌아가보자. 측정 항목을 들여다보면 냉난방에 사용되는 에너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함을 알 수 있다.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는 데 에너지가 집중적으로 사용된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근본 원인은 도시라는, 인간이 만든 인공 환경의 특성에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전체 국토 면적의 20% 미만인 도시지역에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고밀화된 도시환경에서 열악한 채광과 환기는 고질적인 문제였다. 여기에 열섬현상과 미세먼지, 최근의 팬데믹까지 가중되고 있다. 열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절할수록 공기질 저하와 열섬현상이 악화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 건축, 조경 분야에서 여러 대안을 강구해왔다. 이때 도시 미기후를 결정짓는 주요한 원인으로 주목한 것이 건물과 도시를 덮고 있는 표면, 즉 피복이다. 건물과 도시의 표면은 탄소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지난해 12월, 우리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추진전략’에서 건물 부문의 내용을 보자. “단열과 기밀 성능을 강화하고 에너지 고효율 제품 사용을 확대하여 건물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태양광, 지열 등 건물 내 재생에너지 보급을 촉진하여 건물 에너지 자급자족을 실현한다.” 여기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단열과 기밀이다. 정부가 도입하고 있는 그린리모델링과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에서도 단열과 기밀 성능은 중요한 평가 요소다. 전문가들은 자연피복과 인공피복을 활용하여 도시의 열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공원이나 녹지를 조성하는 자연피복과 쿨루프, 천막, PV 패널 등을 활용한 인공피복이 그것이다. 건축에서 이 피복은 외부 마감재, 창호 등 기밀성을 높여 열교환을 억제하는 고기능성 자재의 도입으로 이어졌다. 루버나 차양으로 그늘을 만들어 열복사를 차단하는 방식 또한 인공피복의 한 방법이다.  

 

 

츠루오카 주택(2021) / Screenshot from Kiyoaki Takeda Architects Co.,Ltd’s website 

 

 

열환경, 태도와 인식 변화

도시 미기후, 그중에서도 열환경은 건물 유지・관리 단계에서 탄소저감을 위한 핵심적인 요소다. 그렇다면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섬세하게 조율된 피복을 통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미기후를 조성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본의 젊은 건축가인 기요아키 다케다가 설계한 츠루오카 주택(2021)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인간이 만든 물체의 질량이 모든 살아있는 바이오매스의 질량을 초과했다는 「네이처」 기사에 영감을 받아 설계를 시작했다. 다케다는 옥상에 얇은 토양을 채우는 녹화 방식을 비판하고, 궁극적으로 생물량이 인간이 만든 건축물의 질량을 초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츠루오카 주택의 지붕은 식물을 재배하기 위한 흙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는 설계 단계에서 나무가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의 깊이와 형태를 스터디한 다음, 그에 맞춘 아치형 슬래브를 설계했다. 그는 이 집을 두고 “사람뿐만 아니라 새와 곤충 같은 다른 생명체도 수용하는 건축”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냉난방 효율을 위해 외부와 단절된 환경을 고집하지 않고 주변 환경, 즉 자연의 일부가 되는 건축 디자인을 탐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지와 실내 열환경이 단절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초 슬래브에 단열재를 삽입하지 않았다. 여름에는 서늘한 토양의 냉기를 흡수하고, 겨울에는 슬래브와 바닥 사이에 바닥난방을 설치하여 먼지를 축열체로 활용했다. 단열, 기밀 성능을 위해 고효율의 기술을 도입하기보다 대지와 바닥, 즉 건축과 자연을 하나로 생각하는 그의 태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트리허거」의 편집진이자, 꾸준히 탄소저감을 위한 도시, 건축 분야의 연구를 수행해온 로이드 앨터는 올해 9월 탄소배출량을 낮추는 라이프스타일을 다룬 저서 『Living the 1.5 Degree Lifestyle』을 출간했다. 탄소중립이 기업이나 공공이 아닌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로도 충분히 가능함을 밝힌 핀란드 알토대학교와 지구환경전략연구소의 연구 ‘1.5도 라이프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런던의 시민활동가 로절린드 레드헤드는 2019년 9월부터 자신이 배출하는 연간 탄소량이 1톤을 넘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했다. 로이드 앨터는 레드헤드가 도전했던 1년 동안의 과정을 기록하고 분석해 이 책을 펴냈다. 고층건물 수직녹화의 효용성에 의문을 품고, 식물 성장의 한계와 그림자 효과 등 수직정원의 허와 실을 여러 인터뷰에서 날카롭게 비판했던 그는 이 책에서 가장 강력하고 실천적인 탄소저감의 방법으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촉구한다. 쾌적한 열환경을 위해 냉난방 장치를 가동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 어려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규제하는 제도들을 도입하는 것은 과도한 에너지 사용 자체를 줄이는 데 분명 한계가 있다. 적정한 도시 미기후를 유지하기 위한 디자이너와 사용자의 실천과 태도가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지금, 가장 필요한 대응 방법일 것이다. (글 방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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