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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과 건축] 도시 안에서 재료 생산부터 건설까지 가능한가?

알렉산더 쿠타마니스
자료제공
베르너 소벡(별도표기 외)
진행
김예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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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이미지)​ ©Einbau_Empa



우리 모두는 지구에 살지만 지구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일부였고, 인간의 삶이 점점 편리해지는 사이에 자연은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우리 모두는 기후변화, 기후위기, 기후재난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시대의 과제를 공동으로 껴안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사소한 습관들을 들여다보고,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에 질문하기도 한다. ‘이 행위가 환경을 위협하지는 않는가?’ 그러면 지금까지 우리의 삶을 인간답게, 나아가 보다 풍요롭게 만든 건축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물어야 하며, 어떤 실천을 이어가야 할까? 「SPACE(공간)」는 건축이 생성되고 유지되고, 소멸되기까지의 생애를 기후재난의 자리에서 질문해보고, 그에 따른 몇몇 시도들을 엿보고자 한다. 


 

STEP 1: 시공될 때

질문 1: 우리는 얼마나 깊고 넓게 땅을 파고 있을까?

질문 2: 지금 사용하는 건축재료를 대체할 수 있을까?

질문 3: 도시 안에서 재료 생산부터 건설까지 가능한가?

 

 

©ReneMueller

 

우리는 자연환경과 인공 환경, 다시 말해 자연환경과 건축 환경을 정확하게 구분 짓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건물과 같은 인공물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연에 이미 존재하는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가 말하는 ‘인공’이라는 개념은 자연 상태의 분자를 재배열한 것에 불과하다고도 볼 수 있겠다. ‘고결한 야만인’에서 ‘원시적인 오두막’에 이르기까지, 자연을 근원적이고 순수한 상태로 보는 인간의 견해는 그저 눈에 보이는 것을 낭만적으로 왜곡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지금까지 영구적이고 안정적인 것이라고 굳게 믿어온 것들은 인간과 여러 동물에 의해 계속 변화하고 있다. 우리가 자연과 인공물 사이의 연속적인 관계를 받아들이게 되면, 건축 환경을 거주지와 자원으로 바라보는 관점도 모두 바뀌게 될 것이다. 전자의 경우, 가장 밀도가 높은 도시든 거대한 건물이든 자연환경의 연장선상에서 탐구하게 되어 도시계획과 건축설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뿐만 아니라, 천장을 인공 하늘로 받아들이고 계단을 인간의 이동 능력을 개선한 혁신기술로 생각하는 등 현존하는 건축 요소와 구조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갖게 만든다.

환경을 바라보는 관점은 기후위기에 직면한 우리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내구연한이 지난 폐기물을 소각이나 매립처럼 훗날 큰 대가를 치뤄야 하는 방식이 아닌, 재사용을 유도하는 인센티브 방식으로 처리하는 일처럼 말이다. 최근 자원을 소중히 다루고 절약했던 인류 역사의 초기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것의 선순환 구조는 저렴한 노동력 덕분에 가능했다.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 기술적인 해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1 폐기물에 대한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이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천에 대한 진전은 더디다. 그러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폐기물을 줄이거나 방지하는 것보다 처리하는 것에 더 큰 역량을 투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은 폐기물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동시에 많은 물품을 사용하는 우리의 소비 패턴과도 관련이 있다. 결과적으로 폐기물의 양은 우려할 수준으로 많이 생겨나고 있다. 건설 분야에서도 유사한 경향이 목격된다. 우리에게 건설폐기물 관리에 대한 노하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노동력과 빠른 생산 속도, 높은 회전율을 꾸준히 강조해온 탓에 여전히 폐기물이 많이 생산되고 있다.▼2 그래도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자원의 순환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요즘 많은 신축 건물에서 다른 건물의 일부분을 드러내 그대로 재사용하는 설계 방안이 적용되고 있는데, 이 개념은 매력적이지만 순환성에 관한 몇 가지 의구심이 남는다. 우선, 건물 구성 요소의 생애주기 동안 재사용, 용도 변경 등을 통한 재료의 순환고리가 작동하도록 만드는 일이 만만치 않은 데다가 그것을 수년 동안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이전보다 기능이 개선된 제품이 등장하거나 사용자의 요구가 바뀌거나 건축 법규가 변경되면 이미 구축한 순환고리의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각을 조금 뒤틀어, 다른 곳에 있던 건축재료를 같은 용도로 사용하는 방법 대신 기존 건물의 자재를 재가공하는 것은 어떨까? 이미 설계된 건물은 도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그 건물 중에서 재사용할 수 있는 부분만 따로 떼어내는 작업은 어려운 기술을 동반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더군다나 한 차례 시공된 자재는 오늘날의 기술 제원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숙련된 장인이 50년 전에 만든 최상의 목재 패널이 여전히 훌륭한 상태이더라도 오늘날의 화재 안전 표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재료 순환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할 수 없다면 우리에게는 재료를 다시 가공하는 방법인 재활용만 남게 된다. 다시 말해, 건축 환경을 부차적인 자원공급원으로 바라보면서 값비싼 자원을 얻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대신 도시를 채굴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어반 마이닝(Urban Mining)은 여러 면에서 매력적이다. 예를 들어, 다량의 자원이 높은 밀도로 존재하고, 원재료에서 지속가능한 자원을 추출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저렴할 수 있고, 원자재의 해외 의존도와 운송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Kim Hongji

 


©Einbau_Empa

 

재활용이 대부분 철거 이후에 이뤄진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매립지 부족, 폐기물 증가, 자재가격 상승이라는 세 요소가 자원회수율이 매우 높은 국가조차도 철거를 선택하게 만드는 매우 독특한 환경을 만들어낸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규제되는 철거와 달리, 상당한 양의 폐기물을 만들어내는 개·보수는 규제가 비교적 덜한 편이다. 문제는 욕실이나 주방의 개·​보수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공사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임시방편으로 공사가 진행되어 부재의 효율적 사용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복잡한 상황은 우리가 그동안 건물을 설계하고 운영해온 방식을 반영한다. 건축계에 만연한 모순과 분열 그리고 보수주의를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건축 환경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활동이 각각 고유한 우선순위와 관심사를 기반으로 두고 있다는 사실을 수용해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에게는 짧은 기간 안에 괄목할 만한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건설 환경의 변화를 포착하고 그것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정보 공유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여기에는 철거, 개·​보수 및 정비 사업에서 얻은 자재에 대한 상세 정보도 포함되어야 한다. 이러한 양질의 데이터는 준공 연도나 낙관주의에서 비롯된 견해처럼 신뢰하기 어려운 프록시(proxy)를 기반으로 한 추론과 달리 순환성, 지속가능성 등에 대한 안정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을 지원할 것이다. 건축 환경의 현재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미래에 관한 정확한 예측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일상의 기쁨을 어느 정도 약화시킬 수 있겠지만, 지속가능한 기술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사람의 욕구를 자극할 수도 있다. 그 자극은 기후위기 상황 안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를 인식하고 환상과 과장으로 가득 찬 생각들과 현실을 구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공동 목표·행동을 맞추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상향식이자 점진적인 개선 방식을 동반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중고 건축자재의 안정적인 수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재료가 손실이나 품질의 저하 없이 다른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향식 개발은 실용적인 경향을 띠고 있어 대부분의 환경에서 쉽게 적용될 수 있는 동시에, 기존 관행이 새로운 제안을 하는 것을 심각하게 제한하기도 한다. 따라서 더욱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가령, 로봇화를 통해 현재의 생산 능력을 점검해보는 것과 같은 일처럼 말이다. 3D 프린팅과 같은 첨단기술의 적용은 미래가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부분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고, 그것에 의한 건축산업의 변화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보다 건축재료에 관한 더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하고 여러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자원 절약과 에너지 소비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물론, 지속가능성과 재료 순환 방식 사이의 드러나지 않은 관계를 발견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건물과 자재의 수명을 터무니없이 연장하거나 성능이 떨어지는 엄청난 양의 건물을 방치하는 ‘아껴야 잘 산다’식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방식을 고수할 바에야 차라리 새로운 건물을 빨리 짓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성능 개선을 위해 오래된 건물을 땜질하듯이 반복적으로 개·보수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는 뜻이다. 그보다는 도시화가 진행 중인 전 세계 여러 지역이 지속적인 건축재료의 재활용을 주요한 목표로 삼는다면, 순환성이라는 개념은 진정한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상주의를 가장한 고집불통의 신념이 아니라 투명하고 믿을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한다면, 극도의 내구성과 고성능을 확보하여 건물의 생애주기를 처음부터 길게 계획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겠다. (글 알렉산더 쿠타마니스 / 진행 김예람 기자)

 

 

1 A comprehensive overview of how various cultures have dealt with material, waste and consumption can be found in this book. F. Trentmann, Empire of Things: How We Became a World of Consumers, from the Fifteenth Century to the Twenty-First, London: Allen Lane, 2016. 

2 A recent overview of waste management in the building industry can be found in this book. Fernando Pacheco-Torgal, Yining Ding, Francesco Colangelo, Rabin Tuladhar, Alexander Koutamanis, Eds., Advances in Construction and Demolition Waste Recycling, Duxford: Woodhead Publishing,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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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쿠타마니스
알렉산더 쿠타마니스는 그리스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건축가 겸 디자인 컨설턴트로 활동하다가, 현재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교 건축학부의 교수 겸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건물과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며 디지털 건축, 건물 관리, 건축의 지속 가능성과 순환성에 관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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