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생활건축실험실)
총괄 프로듀서ㅣ이기철
구성원ㅣ강진규, 김민규, 김성률, 김유진, 백지웅, 신혁휴, 원호성, 조재득, 허진우, 유창욱, 이재, 정웅식
운영기간ㅣ2016. 11. ~ 현재
주요 프로그램ㅣ세미나, 오픈하우스, 토크콘서트, 답사
운영목적ㅣ건축하는 지인들의 즐겁고 신나는 만남. 어차피 건축은 열심히들 하니.
인터뷰 이기철 아키텍케이 건축사사무소 대표 × 최은화 기자
최은화(최): 라라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이기철(이): 부산에서 활동하고 또 비슷한 나이대인 김성률과 유창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왠지 자주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30대 후반의 젊은 건축가들의 무모한 작업들, 그에 반해 고령화된 부산의 건축학교들과 새로움이 필요한 부산 건축계를 바라보며 무언가 변화를 주고 싶다는 작은 열망들이 오가는 말속에 묻어있었던 것 같다. 여기에 원호성과 김민규가 합류하면서 ‘라라’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몰려다니기 시작했다. 라라는 순수하게 친목을 위한 모임이다. 목적이 아니라 사람이 우리에게 남길 바란다. 즉흥적이고 가볍고 신나고 그런데 기왕이면 좀 폼나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도 되면 더 좋은 정도의 작당 모의다.
최: 만나서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가? 라라의 관심사는 무엇인가?
이: 요즘 누가 잘하더라? 이 건물 괜찮던데! 클라이언트에게 이런 말이 먹히더라, 누구 강연 들었는데 좋더라, 어디 금속 팀은 현장에서 다 정리해주던 걸, 모 건설사는 매번 공사비를 더 요구하니 조심해야 한다 등 건축 트렌드부터 현장에서 일어나는 별의별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오간다. 한 주제로의 대화가 채 5분도 이어지지 않을 정도로 산만하지만 다양한 건축 이야기를 하룻저녁에 나눈다. 실무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심정적 위로를 받기도 하는 대화다. 물론 거창한 대화를 나눌 때도 있다. 아주 가끔이지만.
최: 건축가들 간의 연대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묻고 싶다.
이: 건축하는 우리들에게 놀이터 같은 곳이 필요했다. 실무의 진지함과 경영 현실을 벗어나 그냥 즐거운 곳 말이다. ‘생존을 위한 연대’, ‘한목소리를 내는 조직’의 형태나 분위기는 우리 라라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우리가 작업하고 있고 생활하고 있는 바운더리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긴 한다. 부산과 비슷한 환경의 도시 건축가들과의 교류를 시도하고 있다. 각 나라의 두 번째 도시이자 문화적인 권역을 형성하고 있는 도시들이 그 대상인데 오사카와는 몇 차례 젊은 건축가들 간에 방문이 있었다. 이어서 바르셀로나, 포르투, 밀라노의 건축가들과 함께 공동 전시도 준비하고 있다.
최: 실무자들이 모인 만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자체적으로 프로듀서 제도와 총괄 프로듀서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이: 라라의 구성원이 어떤 일이나 행사 등을 하고 싶다고 제안을 하면, 제안자가 그 프로젝트의 프로듀서가 되고 참여자가 모이면 해당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세미나, 오픈하우스, 토크콘서트, 핫플레이스 답사, 전시 등 개별 프로젝트마다 프로듀서가 존재한다. 총괄 프로듀서는 프로젝트의 진행에 대해 회원들의 의견을 취합한다. 부정적 의견이 모이면 공론화하여 진행 여부를 다시 고민하는 자리를 만든다. ‘객관적 사회자’로서의 역할이 총괄 프로듀서의 현재 존재 이유인 듯하다. 놀이로 치면 술래 정도의 직책이다.
부산건축제
조직위원장ㅣ서의택
운영기간ㅣ2001. ~ 현재
주요 프로그램ㅣ 건축공모전 개최, 창작활동 및 전문인 양성 지원사업, 국제 교류사업, 건축문화 행사
웹사이트ㅣbiacf.or.kr
부산건축제는 부산의 건축 및 도시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사단법인이다. 2001년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부산의 대표 축제로 시 차원에서 설립하고 지원한 게 그 시초다. 올해로 20년을 맞이했으니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보다 오래되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프로그램도 다양해지고 규모도 커졌다. 부산건축제를 추천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부산 권역의 도시와 건축을 바라보는 다양하고 독특한 시각의 어젠다와 이슈를 매년 양산하고 이를 곱씹어보는 행위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는 점, 20년의 세월을 열심히 달려왔음에도 아직도 부산건축제를 모르는 건축인이 전국에 많기에 소개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주제 면에서 소개를 하자면 2001~2002년 ‘세계화와 지역문화’, 2003~2004년 ‘해양도시 부산의 건축’, 2005~2006년 ‘아시아·태평양의 관문’, 2007~2008년 ‘해양도시 부산’, 2009~2010년 ‘보전과 창출’, 2011년 ‘소통과 통섭’, 2012~2013년 ‘나눔과 살림’, 2014~2015년 ‘공간공생’, 2016~2017년 ‘리빙 인 더 시티’, 2018~2019년 ‘어떤 집을 지을까’에 이르고 있다. 지정학적 특징에 따른 도시와 건축의 고민, 근대도시로서 재생과 보전에 대한 방향, 그리고 주거와 복지에 관한 건축적 접근 등, 부산의 현안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성 면에서도 매년 9월경 열리는 부산건축제는 다수의 섹터로 이루어진 실내 전시, 야외 전시, 강연, 건축투어, 세미나 등의 다채로움으로 건축에 보다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시민에게 제공됐다. 그리고 집을 고쳐주는 호프(HOPE) 프로젝트, 국제건축워크숍, 뚜벅뚜벅 건축투어, 건축문화해설사 양성 아카데미 등이 연중 내내 이어진다. 이 중 호프는 유창욱, 김성률이 참여했고, 건축문화해설사 양성 아카데미와 뚜벅뚜벅 건축투어의 기획 및 운영에는 내가 참여하는 등 라라 구성원들이 관여하다 보니 애착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플랫폼이다.
올해부터는 부산시의 지원이 대폭 줄고 자체적으로 후원과 사업을 통해 이런 행사를 이어나가야 하는 변화의 갈림길에 들어서고 있다. 건축계의 더욱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고 또한 더욱 자유로운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보는 때이기도 하다. 부산국제영화제와 비슷한 시기에 개최되니 영화제를 위해 부산을 방문한다면 부산건축제도 잊지 말고 찾아주길 바란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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