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람(김): 시난 북스는 상하이 시에 위치한 옛 성 니콜라스 성당을 리모델링 한 서점이다. 건물이 지니는 역사적 가치에 대해 설명해 달라.
유 팅(유): 가오란 거리 16번지에 위치한 옛 동방정교회의 성당은 상하이 시에서 가장 멋진 역사적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 1932년에 지어졌으나 실제 미사장소로 쓰인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최근 몇 십 년간 사무실, 공장, 클럽, 구내식당, 주택 등으로 사용되었는데, 그래서인지 리모델링을 하기 전에 다양한 장식들이 실내에 뒤섞여 있었다.
김: 여러 번 용도가 바뀐 이 건물을 서점으로 개조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유: 클라이언트는 스포츠, 드라마처럼 한 분야의 서적만을 판매하는 공간을 몇 군데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는 시집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서점을 기획했는데, 그 장소로 몇 년 동안 사용되지 않은 성당을 선택한 것이다.
김: 프로젝트를 맡은 당시에 건물은 어떤 모습이었나?
유: 용도가 많이 변경된 탓에 메인 홀의 벽은 마모되어 콘크리트만 남은 상황이었고, 사이드 홀의 바닥은 1970년에 시공된 테라조 마감재가 닳아 오래된 석재가 약간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공장으로 쓰였을 당시에 시공된 바닥 타일이 있었는데 여러 번 연마해봐도 오염된 부분이 말끔히 사라지지 않더라.

김: 성당을 관리하는 상하이 도시문화유산 보존위원회가 공사에 관한 여러 지침을 제시했다. 입면, 구조, 기준층 평면, 인테리어 장식을 건드리지 않고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어떤 건축적 전략을 마련했나?
유: 위원회가 이야기한 조건들을 지키지 않으면 공사 허가 자체를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고 간결한 요소들만 남기는 방법을 선택했다. 최대한 건물의 원형으로 되돌리는 것이 중요했는데, 우리는 1990년대에 철골조로 증축된 슬래브를 드러내어 메인 홀의 높은 층고를 확보했다. 같은 이유로 동쪽 매스의 크기를 줄였고 기둥과 벽의 소재, 바닥에 새겨진 꽃 모양의 장식도 이전의 모습과 흡사하게 만들었다.
김: 위원회의 지침이 엄격해 건축가의 입장에서 한계도 느꼈을 것 같다.
유: 공인기관이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건물을 보존하여 많은 사람들이 옛 문화를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세월을 거치면서 기능이 상실된 건물들을 그대로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상하이는 오래된 공간에 다른 기능을 부여하거나 새로운 디자인을 입히는 데 제약이 많은 편인데, 좀 더 다양한 디자인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위원회의 세심한 판단과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김: ‘성당 안의 성당’이라는 콘셉트는 서점이 성스러운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당신의 의견에서 비롯됐다. 이러한 콘셉트를 설정한 배경과 이를 구현하기 위해 어떤 요소를 사용했는지 말해 달라.
유: 내부에 또 다른 성당을 만드는 콘셉트는 성전에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성당이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안식처이듯 서점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는 공간이다. 우리는 이들이 아치로 된 문을 통과하고 나서 가장 먼저 위를 올려다보기를 원했지만, 기존의 돔 모양을 바꿀 수 없었기에 그것과 비슷한 모양의 서가 구조를 철제 플레이트로 제작했다. 켜켜이 세워진 재료로 만들어진 서가는 높은 천장 때문에 사람을 작아지게 만드는데, 그게 마치 성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김: 그간 더블유토피아 랩은 프리패브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슬로우 양저우 × 신화서점과 언더그라운드 포레스트에는 각각 아크릴과 목재를 사용한 반면, 시난 북스에는 철제 플레이트를 썼다. 이 재료와 시스템이 프로젝트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인가?
유: 돌로 만들어진 성당 내부에 쇠로 이뤄진 서점을 상상해 보니 종교시설이 지닌 분위기와 철제 요소가 꽤 어울릴 것 같았고, 당시 책을 읽는 공간을 예전에 사용된 석재가 아닌 재료로 구축하고 싶은 개인적인 마음이 있었다. 서가의 칸막이와 하부 받침대는 그리드 모양으로 결합되어 있는데 형태가 반복되면서 서점의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철제 플레이트를 사용하면 역사적 건물에 적용된 화재안전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프리패브 시스템은 반복적인 형태의 실내 구조물 제작에 매우 유리한데, 시난 북스 같은 경우에는 5mm 강판을 스탠드파이프 128개, 대형 강판 640개, 소형 강판 2,921개로 절단한 후 현장에서 조립·용접했다.


김: 서점에는 1,800권이 넘는 시집이 비치되어 있다. 그것을 고르고 읽는 행위에 대해 많이 고민했을 것 같은데, 방문자가 시집을 어떻게 경험하기를 원했나?
유: 사람들이 시를 다양한 방식으로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메인 홀을 다용도 공간으로 계획했다. 중층의 제대를 발코니로 개조하여 오래된 성당과 새로운 서점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연출했는데, 여기서 시인들이 종종 작품을 낭독한다. 그리고 중앙에 위치한 원형 프론트는 강연을 비롯한 부대 행사를 진행할 때 가변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여러 조각으로 제작했다.
김: 카페, 독서 공간은 아늑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 서가와 차별화된다.
유: 휴식을 취하는 공간과 책을 읽는 곳을 분리하고자 했다. 요즘 많은 서점이 음료를 판매하기 때문에 커피를 마시려고 서점에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목적이 저마다 다를 것 같아 독서 공간은 오로지 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으로, 음료를 마시는 공간은 등을 편히 기대어 쉬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환경으로 만들었다.
김: 더블유토피아 랩은 작은 동네 책방부터 고층 건물의 라운지형 열람 공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격의 서점을 설계해오고 있다.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대도시의 서점 프로젝트를 이끌었는데, 책을 중심으로 하는 공간에 어떠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나?
유: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서점도 순수하게 도서만 판매해서는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최근 카페나 다른 문화 업종을 결합한 복합적 성격의 서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공간의 규모와 상관없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콘셉트가 명확한 곳들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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