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건축의 보편성과 개성
맨해튼의 그리드식 도시계획
뉴욕 맨해튼의 도시계획은 1811년 시의회 계획(Commissioner’s Plan of 1811)에서 제정된 후 2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리드체계의 도시구획과 용도구역별 건물 형태제한의 상당 부분을 그대로 유지하며 본연의 취지를 이어가고 있다. 57E130 NY 콘도미니엄의 필지 역시 1811년 계획에 의해 맨해튼의 북동쪽에 조성된 주거지역인 이스트할렘에 위치한다. 이는 2천여 개의 도시 블록 중 하나의 블록에 위치한 20여 개의 필지 중 하나다.
같은 블록 내 건축물들은 인접 건축물과 1in(2.54cm)의 지진간격(seismic gap)을 두고 맞닿아 있으며 도시의 건축법규에 따라 파사드가 도로변 대지경계선에 맞춰져야 하므로, 독립적인 건축물이라기보다는 합벽 형식으로 조합된 건축물들이 블록을 형성하는 집합체의 일부로 인지된다. 200여 년을 지켜온 건물들 그리고 그 건물들이 모여 형성하는 어우러짐은 맨해튼의 모든 건축가들이 신중히 다뤄야 할 이슈다.
합벽 형식의 구조, 그리드 패턴의 파사드 계획, 수직으로 긴 비율의 창, 그리고 벽돌 마감재 등은 그리드식 도시계획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맨해튼의 콘텍스트를 구성한다. 도시계획에서 파생된 까다로운 건축법규가 만들어내는 도시의 콘텍스트에서 기인한 보편성이 이 프로젝트의 시작점이다.
보편성 속에서 우아한 개성 찾기
도시적 맥락을 존중하는 보편적인 매스와 파사드 계획. 보편성 안에서 튀지 않는 우아한 개성을 찾기 위해 일상적인 소재인 벽돌을 활용하여 12in(30.48cm)의 깊이감 있는 파사드 계획에 집중했다. 깊이감은 90°의 각을 가진 8in(20.32cm) 폭의 정형 벽돌과 124°, 135°, 146°, 158° 각을 가진 이형 벽돌이 사용되어 총 다섯 가지의 벽돌 형태로 표현된다.
층별로 3베이 오프닝과 네 개의 기둥 형태의 벽으로 구성되는 보편적인 파사드 패턴을 엄격하게 존중하여, 6개 층의 입면이 동일하게 계획된다. 기둥은 4in(60.96cm) 너비이며 창 개구부는 40in(101.6cm) 너비로 구성된다. 기둥 너비의 절반은 평평하고 절반은 45° 각으로 꺾여 깊이감이 구현된다.
그리고 45° 각이 생기는 방향은 건물의 전체적인 조화 속에서 방향을 바꾸어 단조로운 3×6 파사드 그리드에 역동성을 불어넣는다. 45° 각으로 꺾이는 부분은 135° 각을 가진 벽돌이 사용되며, 내부 상황에 맞춰 기둥의 너비가 다른 구간이 두 군데 있다. 이 부분은 124°, 146°, 158° 각을 가진 벽돌이 사용된다. 파사드의 깊이감은 그림자의 연출로 더욱 극대화된다.
외향적으로도 동일한 벽돌 코너 디테일은 인접한 공공 영역과의 이분법적 관계를 탈피하게 해준다. 길의 풍경과 건물 내부는 파사드를 경계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모따기된 코너를 따라 완충 공간을 거쳐 건물 내부로 진입한다. 저층부의 연결성뿐 아니라, 건물 매스의 6층과 옥상층의 남동측 코너를 135° 각의 벽돌로 처리하여 건물과 하늘의 관계도 모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했다.
1in의 오차한계 속에서 최적의 거주성과 최대의 수익성 찾기
57E130 NY 콘도미니엄 프로젝트는 지상 6층, 지하 1층 규모의 분양형 주거 프로젝트다. 맨해튼 필지의 평균치보다 좁은 18ft-3in(5.56m) 너비 탓에 벽돌 모듈보다 작은 1in를 고민하며 적합한 주거 유닛을 설계해야 했다.
1층 전면부는 공용로비와 엘리베이터 홀이며, 1층 후면부와 2층은 복층의 3-베드룸 유닛, 3~5층은 각 층별로 2-베드룸 유닛, 그리고 6층은 1-베드룸 유닛이 계획되어 총 다섯 개의 유닛으로 이루어진다.
층별로 독립적인 유닛이 적층되며, 합벽 형식에 따라 창 계획은 전면과 후면에만 가능하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층별로 후면에 두 개의 침실이 있어야 수익성이 보장되는 상황이고, 뉴욕 시에서 침실로 인정받기 위한 실의 최소 규격은 8×10ft이며 외기로 면한 창 개구부가 수반되어야 한다. 양측 내력벽체의 외벽 간 너비가 18ft인 상황에서, 각 내력벽체 두께를 1ft로 고려하여 총 2ft 그리고 침실 사이의 경량벽체 두께 6in를 고려하면 15ft-6in의 너비에서 두 개의 침실이 배치되어야 한다. 뉴욕시의 법규상 인정하는 최소 규격인 8×10ft의 실이 나란히 들어설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을 두 개의 침실을 엇갈리게 조합하여 해결했다. 뿐만 아니라, 최소 복도 폭인 3ft-6in, 최소 화장실 폭인 5ft 등을 충족시키기 위해 긴장감을 갖고 공간구획과 내부마감을 고려했다.
거시적으로는 도시의 콘텍스트, 미시적으로는 벽돌 모듈, 그리고 치밀한 내부 공간계획 등을 통해 57E130 NY 콘도미니엄은 흡사 완성된 그림을 두고 흐트러진 퍼즐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추어 가듯, 1811년 도시계획에서 설정된 맨해튼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설계되고 시공되었다. 한 블록 안에 빼곡히 들어찬 20ft 너비의 동일한 건축물들 사이에 마치 꽂혀 있던 책의 빈자리 같았던 필지는 도시의 역사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제 나름의 세련된 움직임을 안고 우아하게 메워졌다.
층별로 3베이 오프닝과 네 개의 벽 형태의 기둥으로 구성되는 보편적인 파사드 패턴을 엄격하게 존중했다.
건물 매스의 6층과 옥상층의 남동측 코너를 135° 각의 벽돌로 처리하여 건물과 하늘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했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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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홍(홍익대학교)
김이홍
미국 뉴욕 시
공동주택
169.36m2
107.17m2
746.71m2
지상 6층, 지하 1층
0대
18.29m
63.3%
343.54%
조적조
벽돌, 스터코
석고보드 위 미장
디그리 오브 프리덤
뉴욕 엔지니어스
에지힐 컨스트럭션
2014. 3. ~ 2015. 5.
2015. 7. ~ 201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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