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마주하고 앉아
가끔 새로운 땅을 만날 때면 건축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만드는 땅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 이러한 고민은 자연을 마주하였을 때 이루어진다. 남해군에 위치한 서면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서쪽 바다를 면해있다. 석양빛을 배경으로 7km 떨어진 여수의 한 산업단지에서 하나둘 불빛이 밝혀질 때, 푸른 하늘빛을 담은 바다 위로 대형 선박들이 지나갈 때, 이 땅에서 건축가 할 수 있는 고민은 바다를 어떻게 보여주게 할 것인가 밖에 없었다. 겸손하게 바다를 마주하고 앉아 하루 종일 바라보아도 지루하지 않을, 그런 장면을 담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공간적 시나리오
처음 땅을 향해 걸어갔을 때, 이 장소에는 “최대한 낮게 건축하여야 한다“라는 확신이 있었다. 평지붕으로 된 단층 건축물, 평편한 지붕 위 자갈을 깔아 윤슬과 같이 빛날 수 있는 지붕, 그리고 그 너머 바다가 보이는 장면을 이 장소로의 진입 장면으로 만들었다. 건폐율이 20%인 땅을 최대한 활용하여 위하여 수평적 움직임의 시나리오를 발단-전개-전환-가속-절정-결말로 구성하고, 각 과정에서의 장면을 건축적 요소(벽, 기둥, 바닥, 처마, 천창)로 만들어 수평의 움직임 속에 바다를 향한 다양한 장면을 만들어 주었다.
바다를 감추다
지붕 너머의 바다를 바라보며 진입 공간에 들어서면 벽을 따라 자연스럽게 내부로 향하게 된다(발단). 바다를 등지고 걸어가다 보면 바닥의 자갈빛 수공간을 따라 걷게 되고(전개), 그 위로 떠 있는 벽은 그 안쪽의 중정 숨겨주면서 동선을 이끌어준다. 입구에 다다랐을 때는, 바다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전혀 다른 공기를 느끼게 된다(전환).
바다를 보여주다
내부로 들어서면 정면으로 마주하는 벽 위로 빛이 떨어진다. 천창을 향해 내려온 빛은 실내에 들어왔음을 인식시켜준다. 진입 공간에서의 벽처럼 내부에서 이 벽은 움직임의 방향을 틀어, 정면으로 바다를 향하게 한다(전환). 숨겨졌던 바다가 다시 보여진다. 내부에서의 벽 너머 외부의 또 다른 벽은 서로 교차하게 배치하여 두 벽 사이에 바다의 장면을 담아두었다.
바다를 배경 삼아
내부 공간은 바다와 평행하게 선형배치로 구성하였다. 긴 움직임을 통하여 각각의 공간에 다다를 때마다 바다를 측면에 두고 움직이게 된다(가속).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인 거실과 주방은 하나의 공간으로 구성하되 낮은 벽과 낮은 바닥으로 공간을 구분하였다. 거실의 바닥은 40cm 내려서 소파에 앉았을 때 외부의 수영장 물결 너머 바다만 보이도록 눈높이를 조정하였다(절정). 침실은 거실과 반대편에 두어 분리된 공간으로 계획하고, 한쪽으로는 중정을, 반대쪽으로는 바다를 향하도록 하여 아침의 햇살과 저녁 노을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절정). 거실과는 반대로 침실의 바닥은 20cm 들어 올려 수직적으로 공간을 더욱 압축시키고, 바다를 향한 장면의 집중도가 높아지도록 하였다. 바다를 측면에 두고 걷다 보면 시야는 자연스럽게 외부 공간으로 향하게 된다. 내부의 긴 움직임 끝에 만나는 외부 공간은 압축되었던 공기와 시야가 확 열리게 되어 있는 그대로의 바다를 만나게 된다(결말).
평면도 및 배치도
단면도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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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플레이건축
이현주, 오재혁
경상남도 남해군 서면 작장리 173
단독주택
406㎡
80.8㎡
78.57㎡
지상 1층
1대
3.88m
19.74%
19.05%
철근콘크리트조
노출콘크리트, 외단열마감(스타코)
노출콘크리트, 인테리어필름
(주)BASE베이스구조기술사사무소
대명설비
두리엔지니어링
건축주 직영
2022. 10. ~ 2023. 05.
2023. 07. ~ 2024. 08.
3억
이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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