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도시의 정체성을 모색하다
라스 울라손 리저월 아키텍츠 수석 디자이너 × 방유경 기자
방유경(방): 지식의 집(Kunskapshuset)은 맘베르게트의 광산 개발로 도시 전체가 옐리바레로 이전되는 상황 속에서 조성된 교육시설이다.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배경과 진행 과정을 알려 달라.
라스 울라손(울라손): 맘베르게트는 옐리바레에서 약 5km 떨어져 있는 언덕 위 광산 마을이다. 이곳에 매장된 철광석이 마을보다 더 큰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결정이 내려지면서 도시 이전이 추진되었다. 이에 따라 옐리바레 시는 2032년까지 약 20년에 걸쳐 맘베르게트의 2/3를 옐리바레로 단계적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1,900여 채의 집을 비롯해 스포츠센터, 요양원, 아이스링크 및 고등학교와 같은 공공 기능을 이전하면서 유서 깊은 목조 건축물은 그대로 옮기는 한편, 옐리바레에 3,200여 명이 입주할 새 주택과 약 7만 4,000m2면적의 공공 건물을 신축한다는 계획이다. 지식의 집 프로젝트는 옐리바레 시의회, MAF 아키텍츠의 프로젝트 매니저, 학교 직원들과 공동으로 작업했다. 우리는 2015년부터 작업에 착수하면서 내용의 골격을 정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를 통해 맘베르게트에 있던 기존 고등학교 건물의 기능을 그대로 수용하되 효율적으로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
방: 두 도시가 하나되는 과정은 급격한 도시환경의 변화를 수반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식의 집의 위치와 프로그램은 어떤 역할을 기대하며 결정되었나?
울라손: 옐리바레는 도시 통합을 계기로 공간을 개발하고 사람들을 끌어 모아 활력이 넘치는 ‘세계적인 수준의’ 북극 도시를 세운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시 중심부에 새로운 공공 건물을 짓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지식의 집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건물의 부지는 옐리바레 박물관 등이 있는 도심 중앙의 바사라 광장(Vassara torg)에 위치한다. 천여 명의 학생과 교사가 낮에 활동하며 도시의 활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물의 위치적 특성이 도시경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앞으로 인구가 늘어날 도시 공간에서 사람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
방: 건물은 대지 형태를 따라 점차 상승하는 비정형의 외형을 가지고 있다. 주변 도시 맥락 속에서 어떤 관계를 가지도록 의도한 형태인가? 녹화된 옥상은 내외부 공간과 어떻게 연결되나?
울라손: 도시에서 꽤 큰 규모의 신축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옐리바레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 중 하나인 옐리바레 박물관과 공유하는 좁은 대지에 끼어들어가야 했다. 박물관은 1910년에 지어진 학교 건물로, 빨간 지붕을 가진 아름다운 벽돌 건물이다. 대지 남동쪽에 있는 박물관이 주변 건물보다 상대적으로 높은데, 이 건물에 바짝 붙여 학교가 들어서기 때문에 이 높이를 존중해야 했다. 우리는 바사라 광장과 접한 남동쪽의 개방성을 포기할 수 없었고, 남서쪽의 교회, 낮은 건물이 밀집한 북동쪽 상점가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해야 했다. 그 결과 꼭대기층을 향해 균형 있게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매스를 구성하게 되었다. 박물관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한편 둔드레트산이 보이도록 전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옥상에는 자갈을 깔고 북극 기후에 적합한 돌나물 종을 식재해 계절에 따라 다채롭게 풍경이 바뀐다. 지상과 건물 안 교실에서도 경사진 지붕의 풍경을 볼 수 있는데, 실내에서 옥상으로 직접 나갈 수 있게 계획 초기 단계부터 고민했지만 여러 문제로 인해 꼭대기층 테라스에서만 접근하도록 설계되었다.
방: 입면에 사용된 빨간 목재 기둥은 건물의 주된 요소인데 형태와 색, 재료 등 어디에서 착안했나? 이 기둥은 건물에서 어떤 기능을 하나?
울라손: 나무는 전통성과 현대성을 고루 지닌 단순한 재료다. 빨간색은 북극의 자연에서 자주 발견되는 색이며, 형태는 스웨덴의 원주민인 사미(Sápmi) 전통에서 영감을 받았다. 특히 사미족의 전통 문화는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전통 공예품에서 발견되는 장식 패턴을 확대해서 건물 곳곳에 적용했다. 목재 기둥은 다른 각도로 재단된 두 개의 집성 목재가 하나의 쌍을 이룬다. 이는 극지방 특유의 낮은 고도의 햇빛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며 반복적인 패턴으로 입면에 리듬감을 준다. 입면을 따라 걸으면 기둥의 모양이 층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쌍을 이룬 두 목재 기둥 사이의 간격은 건물을 보는 시점을 수직 방향으로 전환시키며, 건물이 완전히 유리로 뒤덮인 듯 보이게 한다.
방: 학교 건물의 기능에 맞춰 동선을 구분하는 등 공간을 구성한 전략이 궁금하다.
울라손: 광산의 채굴로에 착안해 설계한 현관홀의 중앙 계단을 중심으로 공간은 두 영역으로 나뉜다. 1층과 2층에는 교육, 음악, 예술 과목 등 활동적인 실기 과목의 교실이 위치하며 현관홀과 식당, 카페도 있다. 3층과 4층은 이론 과목의 교실을 수용한다. 건물의 형태가 평면의 크기를 결정하며, 위층으로 갈수록 면적이 좁아진다. 학교 안에는 기능에 따라 개별 실들이 있고 학생들은 모두 중앙 공용 계단에서 만나게 된다. 공간에 맞춰 바닥도 현관홀은 콘크리트, 계단과 계단참은 목재, 교실은 카펫으로 마감했다.
방: 세 명의 사미족 아티스트(화가, 유리공예가, 직물공예가)와 협업했다. 사미 문화의 특징은 무엇이며, 이들의 작업은 건축 안에 어떤 식으로 녹아들었나?
울라손: 우리는 사미 문화와 그들의 공예에 대해 깊이 연구했고, 서로 닮은 듯 다른 작업 성향을 가진 세 명의 작가에게 협업을 제안했다. 사미족은 스웨덴의 유일한 원주민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스웨덴 정부와 사미인들 사이에는 영토 사용권과 소유권에 대한 분쟁이 진행 중이다. 정치적인 입장을 가진 예술가들을 우리 프로젝트에 참여시킴으로써 문화를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고자 했다. 세 명의 예술가는 이번 작업을 계기로 팀을 이뤄 내부와 외부에 두 가지 작업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의논해 건물과 예술 작업이 통합되도록 했는데, 페인트로 장식된 유리 작업인 ‘차가운 우물(The Cold Well)’은 현관홀에 설치되었다. 40m 길이의 콘크리트 벽에 사미족의 종교와 역사를 입체 그림으로 표현한 콘크리트 작업은 2021년 5월에 완성해 선보일 예정이다.
방: 추위, 일조 등 극지방 특유의 환경은 프로젝트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여기에서 기인한 문제는 디자인을 통해 어떻게 극복했나?
울라손: 옐리바레의 주택과 개방된 공간들 사이에는 넓은 길이 있다. 여름에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데, 겨울이 되면 이해가 간다. 이 공간에 눈을 무더기로 쌓아두어야 사람들이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북극 환경을 다각도로 고려하여 계획에 반영했다. 현관 밖에는 2.5m 폭의 공간을 두어 제설차가 통행할 수 있도록 했고 식당 입면에는 발열 유리를 사용해 결로와 결빙을 방지했다. 옥상에는 북극 환경에서 서식하는 다양한 돌나물 종을 조합해 식재하고 철제봉을 설치해 눈이 창문을 덮지 않도록 했다. 설비실에는 눈이 환풍기 팬에 들어가지 않도록 특수 제설장치를 두었다. 극지방의 낮은 고도의 햇빛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입면 설계의 주요 개념 가운데 하나였다. 이를 고려한 목재 기둥과 입면 패널은 스웨덴 남부보다 건조한 북극 환경에서 비교적 오래 유지된다.
▲ SPACE, 스페이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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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jewall Architects, MAF Architects
Harald Gamrell, Lars Olausson, Jonas Hermansson,
Gällivare, Sweden
school, conference facility
8,063㎥
22,541㎥
B1, 5F
150
26m
timber, gluelam beam, gluelam panel, glass
wood panel, gluelam beam
timber, concrete, steel
WSP Systems
WSP Byggprojektering
2015 ‒ 2019
2018 ‒ 2020
60 million EUR
Gällivare Municipality
리저월 아키텍츠는 1980년 예테보리에 설립된 건축사무소이다. 현재 스웨덴 예테보리, 스톡홀름, 말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지사를 두고 240여 명의 건축가와 엔지니어가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