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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큐비즘: 퐁피두센터 한화 개관전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

exhibition 이소운 기자 2026.07.09


「SPACE(공간)」 2026년 7월호 (통권 704호) 

 

 

지난 6월 4일, 여의도 63빌딩에 퐁피두센터 한화가 문을 열었다. 스페인 말라가와 중국 상하이에 이어 세 번째 해외 협력 사례로, 미술관이 들어서는 곳은 1985년부터 아쿠아리움이 자리했던 63빌딩 별관이다. 장 미셸 빌모트(빌모트 앤 어소시에이츠 대표)가 설계를 맡았고 전면 리모델링을 거쳐 메인 전시실 두 개를 갖춘 4층 규모의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앞으로 4년간 매년 두 차례 퐁피두 컬렉션을 소개하는 전시가 예정된 가운데, 개관전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은 그 첫 장면을 20세기 미술의 전환점인 큐비즘으로 연다. 제목에서 큐비스트(cubists)를 복수형으로 제시했듯 이번 전시는 큐비즘을 조르주 브라크와 파블로 피카소의 초기 실험으로 대표되는 특정 양식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지역, 그룹, 매체의 실험이 교차하며 전개된 복수의 흐름으로 살핀다.​

 

 

 

퐁피두센터 한화 외부 전경 ©Image courtesy of Centre Pompidou Hanwha 

 

 

1층 로비에 놓인 레몽 뒤샹-비용의 조각 ‘대형 말’(1914~1976)은 기수와 말을 한 덩어리로 결합한 작품으로, 회화에서 시작한 형태의 해체가 조각으로 옮겨간 사례다. 전쟁기 큐비즘이 기계문명의 감각과 만나는 지점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전시가 큐비즘을 1907년의 회화 실험에서 1920년대의 양식적 변주까지 이어지는 넓은 흐름 안에서 읽고 있음을 예고한다. 이어지는 퐁피두 컬렉션 파트는 소장품 91점으로 구성된 여덟 개 섹션을 통해 이 흐름을 연대기적으로 따라간다. ​​

 

첫 섹션은 피카소의 ‘여인의 흉상’(1907)과 브라크의 ‘레스타크의 고가교’(1908)에서 출발한다. 세잔의 회화와 아프리카·오세아니아 미술의 영향 아래, 인체와 풍경은 낯선 조형 구조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분석적 큐비즘’은 브라크와 피카소가 대상과 공간을 여러 방향에서 해체하고 재구성하며 발전시킨 큐비즘의 가장 엄격하고 급진적인 단계로, 대상을 충실하게 모방하는 환영주의적 관습과 완전히 결별했다. 

전시 중반부는 큐비즘이 공개적이고 집단적인 운동으로 확장되는 시기로 이어진다. ‘살롱 큐비즘’은 파리의 주요 살롱 전시를 통해 대중 앞에 등장하며 논쟁적 미술 운동으로 자리 잡았는데 살롱 데 앵데팡당에 출품된 페르낭 레제의 ‘결혼식’(1911~1912)은 결혼 행렬을 파편화된 형태와 넓은 색면으로 구성하며, 큐비즘의 초기 실험이 대형 회화와 서사적 주제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이후 ‘오르픽 큐비즘’은 색채와 리듬, 움직임을 앞세우며 추상미술로 향했고, ‘종합적 큐비즘’은 신문지나 밧줄 같은 현실의 재료를 화면 안으로 끌어들여 회화를 이미지와 물질이 맞물리는 장소로 바꾸었다. 

 

후반부는 큐비즘의 국제적 이동과 변형에 초점을 맞춘다. 큐비즘은 프랑스 국경을 넘어 유럽, 러시아, 미국 등지로 확산되며 각 지역의 미술 언어와 만났는데 그중 나탈리아 곤차로바의 ‘모자를 쓴 여인’(1913)은 여러 시점에서 본 자화상을 강렬한 색채로 구성한 작품으로 큐비즘이 러시아 입체미래주의로 변주된 사례다. 이후 제1차 세계대전은 작가들을 흩어놓고 집단적 흐름에 단절을 가져왔지만, 조각과 시각문화에서는 새로운 가능성이 이어졌다. 1920년대에 이르면 큐비즘은 순수주의, 아르데코, 신고전주의적 경향과 접점을 이루며 여러 예술가가 공유하는 조형 언어로 자리 잡는다. 이 구간에 놓인 피카소의 ‘메르퀴르 발레 무대 막’(1924)에서 인물은 비교적 인식 가능한 형태를 띠면서도 윤곽선과 색면을 어긋나게 놓는 등 신고전주의와 큐비즘적 해체를 종합해낸다. ​ 

 

 

 

섹션 3 ‘대중과 마주하다: 살롱 큐비즘 1910 ~ 1913’ 전시 전경 ©Image courtesy of Centre Pompidou Hanwha 

 

 

이어지는 제2전시실 메자닌의 특별 섹션 ‘KOREA FOCUS: 모던 아방가르드를 향한 꿈의 지도’는 한국 근현대작가 11인의 작품 21점으로 구성되며, 1920~1930년대 한국에 큐비즘을 비롯한 서구 아방가르드 미술이 소개된 이후 그 조형 언어가 전쟁의 경험, 도시의 일상, 전통 회화의 화면 구성 속에서 변주되는 과정을 살핀다. 이수억의 ‘6·25 동란’(1954)과 함대정의 ‘악사’(1950년대 후반)는 전쟁의 경험과 인물을 기하학적 분석, 다시점, 색면 분할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며, 박래현의 ‘노점’(1956)은 전통 재료와 입체주의적 화면 구성을 결합해 도시 서민의 일상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사례로 놓인다. 이를 통해 큐비즘은 한국 미술이 구상에서 추상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작동한 매개로 제시된다. 전시는 10월 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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