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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몸으로 엮은 연대: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

exhibition 김혜린 기자 2025.07.09


「SPACE(공간)」 2025년 7월호 (통권 692호)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 전시 전경 ©Kim Hyerin 

 

리처드 도허티의 ‘농인공간: 이중 원형’ 설치 전경 ©Kim Hyerin 

 

지난 5월 16일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건강한 몸뿐만 아니라 장애가 있는 몸, 나이 든 몸, 아픈 몸 등 다양한 몸을 환대하는 방법을 탐구하는 이번 전시는 국내외 작가 15인(팀)의 회화, 조각, 사진, 건축, 퍼포먼스 등 40여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전시의 모든 공간은 배리어 프리로 구현됐으며, 전시실 및 서울박스 공간의 바닥에는 점자블록이 설치됐다. 또 이번 전시의 참여작가인 수어를 사용하는 건축가 리처드 도허티는 수어로 이야기할 때 주변을 살피기 어려운 농인들을 위해 전시실의 입구와 출구의 문지방을 뚜렷한 색깔로 표시한 작품 ‘농인공간: 문 틀’을 통해 모든 관람객이 보다 쉽게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전시는 ‘기울인 몸들’, ‘살피는 우리’, ‘다른 몸과 마주 보기’ 세 가지 섹션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기울인 몸들’에서 수어를 사용하는 작가 김 크리스틴 선은 드로잉 작업을 통해 소리와 언어가 연결되는 지점을 짚어내며, 소리를 가시적인 작업으로 치환한다. 사라 헨드렌과 케이트린 린치는 심장마비로 다리와 손가락을 잃은 신디 와크 가르니의 일상을 조명한다. 신디는 로봇 손을 쓰는 대신 일상에서 사용하는 사물들을 스스로 만들어내는데, ‘집에서 엔지니어링 하기’는 신디가 실제 사용하는 물건들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실리콘과 결합된 포크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포크와는 조금 다른 형태일지라도, 여전히 ‘포크’로 기능하는데, 이는 사물의 기능과 형태의 고정된 관계를 재고하게 만든다. 이외에도 다리 보조기를 활용한 작품을 통해 장애가 있는 몸이 다뤄지는 방식을 표현한 판테하 아바라시의 ‘사물 욕망’, 노년의 여성들이 나누는 마음을 사진으로 담아낸 천경우의 ‘의지하거나 의지되거나’ 등, 몸에 대한 고정관념을 흔드는 다양한 시도가 소개된다. 이러한 작품들은 편견에서 벗어난 몸이 지닌 힘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살피는 우리’에서는 서로 다른 몸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모든 몸이 환영받을 수 있는 공간을 상상한다. 김은설의 ‘흐려지는 소리, 남겨진 소리’는 소리가 몸에 남기는 감각의 흔적을 설치 작업을 통해 보여준다. 반투명 폴리카보네이트 벽 너머로 흐릿하게 보이는 영상에서는 희미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그 소리는 벽의 진동을 통해 전달되며, 보청기를 사용하는 작가가 경험하는 감각을 재현한다. 리처드 도허티는 농인들이 대화를 위해 모인 모습을 본떠 만든 둥근 공간인 ‘농인공간: 이중 원형’을 통해 어디서든 다른 사람을 볼 수 있는 개방적 공간을 구현한다. 휠체어와 인공다리를 사용하는 건축가 데이비드 기슨은 브랫 스나이더, 아이린 챙과 함께 만화, 텍스트, 건물모형 등을 통해 장애인에게 필요한 공간을 제안한다. 

세 번째 ‘다른 몸과 마주 보기’는 장애인, 노인, 이주민 등 다양한 사람이 함께하는 퍼포먼스, 강연, 대담 프로그램이다. 노동하지 않는 순간의 이주민들의 몸짓이나, 보철물을 통한 움직임 등 다양한 몸의 감각과 장애와 늙음이 교차적으로 만나는 순간 등 다양한 의제를 다룬다. 이해와 연대로 세계를 지탱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7월 20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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