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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의 건축: 제5차 광주폴리 ‘옻칠 집’ 공개

architecture 윤예림 기자 2024.12.13


「SPACE(공간)」 2024년 12월호 (통권 685호) 

 

 

 

 

옻칠 집 설치 전경 ©Jang Sooin 

 

 

제5차 광주폴리가 2년여에 걸친 연구개발과 설치 과정 끝에 폴리 네 곳을 완성하고 10월 22일 공식 개막했다. 배형민(서울시립대학교 교수)의 총감독하에 ‘숨 쉬는 폴리’(조남호), ‘에어 폴리’(바래), ‘이코한옥’(어셈블+비씨 아키텍츠+아틀리에 루마), ‘옻칠 집’(이토 도요)이 광주시 동명동과 산수동 일대에 자리를 잡았다(「SPACE(공간)」 671, 674, 681호 참고). ‘순환폴리(Re:Folly)’를 주제로 한 네 개 폴리는 순환하는 건축에 대한 실험이자 실천이다. 저마다 광주, 완도, 고흥, 담양, 나주, 여수 등에서 채취한 천연자원과 폐기물을 이용해 재생 가능하며 환경친화적인 자재와 공법을 탐색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완성된 폴리는 이토 도요(도요 이토 & 어소시에이츠 대표)의 옻칠 집. 개막과 함께 첫선을 보였다. 언뜻 이글루처럼 보이는 돔 구조물인데, 옻나무 수액에서 추출하는 천연수지 옻칠이 다름 아닌 건축의 구조재로 사용됐다. 이토 도요 팀과 일본 옻칠 ‘우루시’의 현대 장인 도키 겐지(미야기대학교 교수), 구조 공학자 미츠히로 가나다(도쿄예술대학교 교수)의 협업이 프로젝트의 지난한 과정을 견인했다. 점토나 나무 위에 삼베나 면을 겹겹이 쌓고 여러 번 옻칠을 해 형태를 만드는 제작 기법을 건칠, 일본에서는 ‘간시츠’라 한다. 이때 접착제로 사용되는 옻칠은 생산 및 가공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고 산림자원의 업사이클링에도 기여하는 천연 재료다. 건칠은 강도와 내구성이 매우 우수하고 가벼운 특성으로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서 다양한 생활 도구와 조각상, 건축에 널리 사용되며 1,300년 전 절정을 이루었으나 이후 긴 세월 동안 우리의 생활에서 완전히 잊히다시피했다. 겐지와 가나다는 이를 ‘구조 건칠’로 번안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다. 현대에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FRP(fabric reinforced plastic)가 합성섬유를 합성수지로 굳혀 형태를 만드는 기술이므로, 이와 동일한 원리이나 합성수지를 천연수지로 대체한 건칠이 미래에 큰 빚을 지지 않는 기술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토 도요 팀은 옻칠을 셸 구조로 구현하기 위해 셸을 구성하는 곡면 패널을 개발했다. 구조 역할이 가능한 옻칠 두께와 형태를 찾고자 수십, 수백 개 축소 목업을 만들고 강도를 검토했다. 옻칠 시트는 일본 현지에서 옻칠 장인들이 하나하나 칠을 해 제작했고, 한국에서는 이와 일체화할 수 있는 벌집 구조체를 제작했다. 옻 생산과 장인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옻칠이 이 시대의 재료로 부활할 수 있을까? 도요 이토 & 어소시에이츠, 도키 겐지, 미츠히로 가나다는 “전통 기술을 보존하는 데는 장인 정신도 중요하지만, 옻을 지금 시대의 우수한 재료와 기술로서 인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현대 기술과 융합해 옻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중요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배형민은 “플라스틱의 친환경적 대체재를 찾고 있는 흐름에서 옻칠은 바이오 플라스틱의 최고 정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옻칠은 꾸준한 관리가 전제돼야만 상태가 약화되지 않고, 오랜 시간 견딜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옻칠 건축을 미래 세대에 남기기 위해서는 지역공동체의 애착이 필요하다. ‘옻칠 집’을 다른 말로 ‘애정의 건축’이라 부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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