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파블로 센드라와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이 함께 저술한 이 책은 세넷의 1970년대 저작 『무질서의 효용』의 내용을 오늘날에 적용해 확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천적 작업을 탐구한다. 서문에서 세넷은 뉴욕의 상반된 두 지역을 비교하며 균질한 동질성에 저항하고 차이를 촉진하는 ‘무질서’ 개념을 설명한다. 부동산 논리에 의해 형성되어 호화 콘도, 호텔 및 거대한 쇼핑몰로 이루어진 허드슨 야드는 기존의 질서정연한 도시계획과 건축물이 쉽게 변하지 않아 도시 활력이 낮다. 반면, 다양한 이민 공동체가 섞여 있어 작은 건축물들이 밀집한 가먼드 디스트릭트는 제멋대로 규칙이 없는 듯 보이지만, 변화에 적응하며 활기찬 사람 중심의 도시를 형성해왔다. 이어 세넷은 1부에서 각 지역을 기능에 따라 분리하는 자발성 없는 자본주의 도시가 아닌 가먼드 디스트릭트와 같이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무질서한 열린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를 펼친다. 2부 ‘무질서를 위한 인프라’에서는 센드라가 무질서를 만들어낼 수 있는 도시 디자인을 제안한다. 지하 하수시설, 연료 발전시설 등 도시를 구성하는 인프라를 땅 밑으로, 박스 안으로 숨기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고 접근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무질서한 인프라를 통해 도시계획 과정에 참여하는 시민의 수를 늘리고,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3부 ‘언메이킹과 메이킹’에서는 저자들의 대담이 실려 있다. 이들의 급진적인 무질서 디자인 개념은 폐쇄적인 아파트 단지가 만연한 한국의 상황에도 시의적절하게 다가온다.
리처드 세넷, 파블로 센드라 지음
김정혜 옮김
현실문화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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