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3년 12월호 (통권 673호)
천년의 문(2000) 조감도 / Image courtesy of Woo-projects Architects
서울링 제로(2023) 조감도 / Image courtesy of Seoul Metropolitan Government
2022년 12월, 서울시는 대관람차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한 뒤, 2023년 3월 8일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울링 제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건축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일었다. 3월 14일 새건축사협의회(회장 임형남)는 입장문을 통해 ‘천년의 문’(2000, 별칭 서울링) 저작권 침해와 사업의 당위성과 절차의 정당성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으며(「SPACE(공간)」 669호 참고), 다수 언론사까지 앞다투어 표절 문제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줄곧 ‘링 형태의 구조물은 세계적으로 범용되는 형태’란 주장을 펼쳤고, “담당 부서에서 천년의 문 설계팀에 자문을 구했을 뿐”이며, 현재 개념도 단계로 “매끈한 대관람차를 만드는 콘셉트만 같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하부 지지구조 일부를 제외하고 바큇살이 없는 원형 디자인의 개념, 형태, 기술, 명칭, 건립 위치까지 천년의 문과 동일했지만 저작권 해결에 대한 어떤 의지도 보이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표절 논쟁이 소강 상태에 접어든 9월 19일,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 대관람차 조성 민자 사업’(5,800억 원 추정)이 민간투자 사업 심의를 통과했다는 결과를 기습적으로 발표했고, 9월 27일부터 공동사업 제안자 공모를 실시했다. 사업 시행 주체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다. 이에 천년의 문 설계자인 우대성(우연히프로젝트 대표)은 「SPACE」와의 인터뷰를 통해 해당 사업이 졸속으로 진행됐음을 반증하는 여러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첫째, 사업의 주체가 SH라는 점. 둘째, 민간투자 심사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 셋째, 공모 일정에 따라 과업(설계와 사업성 검토)을 두 달 안에 완료하는 것은 정상적인 프로세스로는 불가능하다는 점. 넷째는 공모 요강에 숨겨진 독소 조항이 있다는 점이다. 먼저 우대성은 “주택 공급을 목적으로 세워진 공적 기관인 SH에서 기관의 존립 근거와 맞지 않는 대관람차 사업의 주체로 어떻게 들어오게 됐는지 적격성과 선정 과정에 의구심”을 표했다. 실제 서울시 보도자료 어디에도 민간투자 사업 심사 기준과 과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민간투자 사업의 핵심은 공적 자금 투입을 최소화하는 것인데, 공모 요강을 보면 향후 필요에 따라 공공 재원이 추가 투입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가장 논쟁적인 사안은 사업 요강 내 ‘6.5 민원처리’ 항목에서 적시한 ‘예상 민원 처리계획과 대응 방안’이다. 우대성은 이 항목을 두고 “저작권 분쟁 등의 민감 사항에 대한 적절한 처리와 대응을 발주처가 아닌 참여 설계자에게 떠넘기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자신들의 잘못(표절)을 두고 설계자들끼리 싸우도록 하는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우대성은 11월 16일 서울시의 저작권 침해를 골자로 하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하며 본격적인 법적 다툼에 돌입함을 알렸다. 최근 국내 최초로 건축저작권 분쟁에서 철거 판결(본지 116~121쪽 참고)을 받아낸 법무법인과 함께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다윗과 골리앗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이번 법적 투쟁이 건축저작권에 대한 인식 개선을 넘어, 건축주와 발주처 그리고 사회 전반에 어떤 경종을 울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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