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2023년 11월호 (통권 672호)
건축사학자 정인하(한양대학교 교수)가 지난 30여 년의 연구를 집대성한 저서 『한국의 근현대건축: 다이어그램으로서의 역사』를 펴냈다. 시기별 건축의 총론과 함께 박길룡, 이상, 이희태, 김중업, 김수근, 김종성, 이타미 준, 우규승, 정기용, 4.3그룹 등 당대 활동했던 주요 건축가들에 대한 각론을 정리한 이 책은 150여 년의 한국 근현대건축사를 관통하는 일관된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연구들과 차별성을 가진다. 저자는 건축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치는 기술적, 사회경제적 외부 조건을 ‘가능성의 장’으로, 건축가가 상상력과 욕망에 따라 고유의 미적체계를 생성해내는 내적 동인을 ‘다이어그램’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이 둘의 상호작용 속에 형성된 한국의 근현대건축을 시기별로 구분해 독자적인 건축지형도 그리기를 시도한다. 1부는 1876년 인천 개항부터 해방까지 서구 근대건축을 수용하며 도시, 주거, 건축에 급격한 변화가 찾아왔던 ‘개항과 식민 시대’를 다룬다. 2부는 한국전쟁 이후 1980년대 말까지 우리 건축의 정체성을 탐구했던 ‘개발 시대’를, 3부는 199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기술 발전을 배경으로 현실에 밀착된 지역적 다원주의 양상을 띤 ‘세계화 시대’를 살핀다. 전통 건축의 ‘마당’이 고밀화된 도시 속 ‘비움’으로 연결되고, 랜드스케이프 건축 담론을 경유해 파주출판도시, 헤이리아트벨리, 세종시 마스터플랜 등 현재로 계승되는 현상을 우리만의 다이어그램으로 분석하는 후반은 이 책의 백미다. (방유경 기자)
정인하 지음
열화당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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