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2023년 3월호 (통권 664호)
‘Things(Door)’ (2022) 설치 전경 / Image courtesy of Ligak Museum of Art
도시 공간을 점유하는 건축물은 어느 시점에 이르러 다양한 이유로 해체된다. 그리고 그 과정은 때때로 무차별적이고 맹목적이다. 리각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건축술>은 안정성과 항구성을 추구하는 건축의 이면에 자리한 개발이 남긴 흔적과 상처를 들여다본다. 조각가 홍유영은 작업을 전개하기에 앞서 자신이 거주하던 반포의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을 위해 철거되는 현장을 목격한다. 일상의 터전이 헐리고 뜯기는 자리에서 그는 장소성과 공간을 이루는 요소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가령 건축물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리 파편, 콘크리트 덩어리, 가구의 문짝, 잘린 나무, 도자기와 같은 일상적 사물은 그의 작업에서 정교한 무질서의 상태로 재구성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벽과 바닥에 어지럽게 놓인 조각과 설치 작품이 불안정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가구의 단면을 잘라 기괴하게 조합한 ‘Things(Door)’(2022)가 덩그러니 서 있는가 하면, 무겁고 거친 콘크리트 덩이를 가볍고 유연한 소재의 우레탄으로 캐스팅한 조각 ‘Elaborate Oblivion’(2022)이 고고학적 유물처럼 진열되어 있다. 이렇듯 공사 현장을 방불케 하는 전시장은 해체의 과정이 수반하는 상흔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는 상처를 은폐하고 봉합하기보다 가시화하여 관객에게 미세한 균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다. 쾌보다는 불쾌에 가까운 장소에서 불현듯 허물어진 체계와 마주한 관객이 가닿을 곳은 어디일까? 전시는 5월 8일까지. (김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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