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보여주기: 빌어먹게 유익하고 교육적인 .MOV 파일’(2013) 전시 전경 / 사진_홍철기, 사진제공_ MMCA
비평가이자 미디어 작가인 히토 슈타이얼은 미디어, 이미지, 기술에 관한 흥미로운 논점을 언어화하고 영상화해왔다. 영상이 우리에게 도달하기까지는 영상 제작과 미디어의 송출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 혹은 문제들에 집중한다. 그의 책 『진실의 색』에서는 다큐멘터리도 픽션이라 말하며, 구성과 자료, 가상과 현실, 신화와 창작이 섞여 있음을 밝힌다.
이번 전시는 다큐멘터리 성격의 초기 영상작품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커미션 신작인 ‘야성적 충동’(2022)까지 총 23점이 마련되어 슈타이얼의 세계관 전반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미션완료: 벨란시지’(2019)는 실제 상품을 넘어 소셜 미디어에서 만들어지고 업로드되고 공유되는 상품의 방식을 렉처 퍼포먼스 영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슈타이얼이 사용한 용어 벨란시지는 브랜드 발렌시아가의 방식을 뜻하며, 정치, 대중문화, 경제의 영역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패션 데이터의 독특한 파급 현상을 일컫는다. 주요 논점 중 하나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는 상품 이미지가 사용자를 무급 노동자로 만든다는 것이다. ‘야성적 충동’(2022)은 야생에 사는 양치기를 주인공으로 삼아 미디어에 노출된 우리의 환경을 보여준다. 그는 늑대를 좋아하는 사람은 차에서 내려본 적이 없다고 말하며, 생태계는 미디어에서 비추어지는 세상과 다르다고 일갈한다. 양치기가 늑대 가죽을 쓰고 다니는 이유도 늑대와 같이 ‘귀족’처럼 관광객들에게 먹을 것을 쉽게 얻기 위해서다. 그가 얼굴에 하고 다니는 페인팅도 이유가 있다. 안면 인식 알고리즘을 차단해 신원을 숨겨주고, 그로 인해 세금을 내지 않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안 보여주기: 터무니없이 유익하고 교육적인 .MOV 파일’(2013) 또한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사회에 비판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작품은 디지털 기반의 감시 속에서 안 보일 수 있는 방법을 다섯 가지로 설명한다. 카메라에 안 보이게 하는 방법, 시야에서 안 보이게 하는 방법, 이미지가 되는 방법, 사라짐으로써 안 보이게 되는 방법, 이미지로 만들어진 세계에 병합됨으로써 안 보이게 되는 방법이 그것이다. 그는 사라짐으로써 안 보이게 되는 구체적 방법으로 불량 화소 되기, 국가의 적으로서 실종자 되기 등을 제시하고, 시야에서 안 보이게 하는 구체적 방법으로는 군사지역으로 들어가기, 50대 여성되기 등을 예로 들며, 날카로운 통찰과 유머를 조합했다.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9월 18일까지 열린다. (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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