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전경 ⓒ방유경
서울 북촌에 있는 갤러리 페이지룸8에서 7월 14일부터 8월 8일까지 정직성의 개인전 <정직성: 공사장 추상>이 열렸다. 작가의 작업 중 새롭게 조명되어야 할 작품 1점을 선정하고, 그와 관련된 작업들을 키워드를 중심으로 선보이는 ‘이 작품 시리즈’의 첫 번째 전시다. 전시는 ’공사장 추상 201415’를 중심으로, 이 작업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7점의 회화와 인터뷰 영상을 함께 선보였다.
1976년생인 작가는 자신을 소개하면서 ‘40대, 비정규직, 여성, 엄마’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결혼, 출산, 육아 등 삶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그의 작업은 예술이 생존의 문제와 분리될 수 없음을 상기시킨다. 대학 재학 시절 사진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저소득층 주거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도시문제를 고민하는 그룹 플라잉시티에서 활동했다. 급격히 늘어나는 다세대·다가구 주거지의 도시 구조를 매스화시켜 재구성한 연립주택 시리즈(2002~)는 이런 경험 속에서 탄생했다. 이어지는 공사장 추상 시리즈(2012~)는 재개발로 인해 공사장으로 변했던 집 주변 풍경과, 셋집을 찾아 빈번하게 이사해야 했던 상황이 투영된 작업이다. 육아와 살림으로 촉박한 시간에 맞춰 작업하면서 표현 기법이 점차 추상화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전시를 기획한 박정원 디렉터는 이런 특징과 변화를 ‘구조성, 생활밀착형 추상, 움직이는 자연’이라는 키워드로 읽어냈고, 전시와 병행해 1997년부터 근작까지 600여 점의 작업을 모은 『정직성 브릭북』을 펴냈다. 21년의 작업이 집약된 1217쪽의 책은 그가 그렸던 연립주택의 벽돌을 닮았다. “삶을 살아내는 것과 같은 강도로 살아 숨쉬듯 작업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을 읽을 수 있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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